운동장이나 흙바닥에서 갑자기 ‘퍽’ 튀어나와…최상위 생존력 가진 '정체불명 생물'

2025-05-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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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밑에 숨어 있는 포식자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모래 구덩이. 그곳에 무심코 떨어진 개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면, 범인은 바로 개미귀신(antlion)이다.

개미 귀신의 구덩이 / Mang Kelin-shutterstock.com
개미 귀신의 구덩이 / Mang Kelin-shutterstock.com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이 곤충은 사실 ‘유충’일 뿐이지만, 그 생존 방식과 사냥 능력은 그 어떤 성충 못지않게 치밀하고 치명적이다. 공포 영화 같은 생존 전략을 지닌 개미귀신은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 사냥꾼의 유년기, 개미귀신은 유충이다

모래바닥 / Mr.Somchai Sukkasem-shutterstock.com
모래바닥 / Mr.Somchai Sukkasem-shutterstock.com

개미귀신은 ‘개미사자(antlion)’라고도 불리며, 학명은 Myrmeleontidae다. 이들은 성충이 되면 잠자리처럼 생긴 날개를 가진 곤충으로 변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충 상태에서의 모습과 사냥 방식을 더 잘 알고 있다. 유충 상태에서의 개미귀신은 전형적인 포식자다. 날카로운 턱을 이용해 먹이를 잡고, 체액을 빨아먹은 뒤 껍질만 남긴다.

특히 이 시기 개미귀신은 자신이 살아갈 ‘모래 덫’을 직접 만든다. 입으로 모래를 퍼 날라 원뿔형 함정을 만들고, 중심에 몸을 파묻은 채 대기한다. 이 함정은 단지 구조적 트릭이 아니다. 물리학적으로도 미끄러운 경사와 중력, 마찰력을 계산한 ‘최적화된 사냥장치’다.

◈ 함정의 장인, 모래 덫의 정교함

개미귀신이 만든 함정은 지름 약 3~5cm 정도의 원뿔형 구조로, 가장자리에서 중심부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모래 종류나 습도에 따라 함정의 깊이와 크기도 달라지며, 미세한 진동에도 반응할 수 있도록 몸을 움츠리고 대기한다. 먹잇감이 함정 가장자리에 발을 디디는 순간, 개미귀신은 입으로 모래를 퍼 날리며 함정 밖으로 도망치려는 개미를 방해한다. 이 작은 ‘모래 폭풍’은 생각보다 위력적이다. 탈출을 시도하던 먹잇감은 결국 중심부로 미끄러지며 개미귀신의 입에 걸려든다.

개미 귀신의 덫 / Sesok Friday-shutterstock.com
개미 귀신의 덫 / Sesok Friday-shutterstock.com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NMNH)과 여러 곤충학 저널에 따르면, 개미귀신의 사냥 성공률은 75% 이상에 달한다. 실제 관찰 영상에서도 개미가 빠진 순간부터 사냥까지 3초 이내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 적은 많지만 생존력은 최상위

개미귀신 유충은 자연계에서 수많은 적을 마주한다. 새, 도마뱀, 심지어 다른 곤충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함정 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이들의 생존 전략은 오히려 포식자보다 정교하다. 유충 상태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 지속되며, 먹이가 부족할 경우 대사량을 줄여버리는 능력까지 갖췄다. 일종의 ‘생물학적 절전 모드’다.

이후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면, 날개를 갖고 하늘을 나는 곤충으로 변한다. 그러나 성충기의 수명은 고작 수 주일. 즉, 개미귀신의 진짜 삶은 유충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BBC Earth, National Geographic, 《Journal of Insect Behavior》 등에 따르면, 개미귀신은 전 세계 사막, 건조지대, 모래 언덕에서 관찰되며, 대한민국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특히 경기도, 강원도 등지의 모래가 많은 산기슭이나 운동장 주변에서 모래 함정을 발견할 수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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