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먹고 나면 팔팔 끓여둬라" 엄마 잔소리, 진짜 맞을까요?
2025-05-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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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 찌개, 반복 가열의 숨겨진 위험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다면 단연 국과 찌개다.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깊어진다는 말처럼, 한번 만든 국이나 찌개는 며칠 동안 데워 먹으며 아끼는 집이 많다.
특히 여름철이나 환절기에는 "상하지 말라고 한 번 더 팔팔 끓여뒀다"는 어르신들의 말도 자주 듣는다. 과연 이렇게 한 번 더 끓여두는 방식은 정말로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이나 찌개를 재가열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세균 증식을 억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른바 ‘재가열 보관’은 위생적인 조리와 적절한 보관 환경이 병행될 때만 효과가 있다.

식중독은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급증하지만, 봄과 가을철에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5~6월은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높아 실온 보관 중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시기로, 세균 증식에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음식물이 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세균의 증식이다. 대부분의 세균은 온도와 수분, 산소가 알맞게 갖춰진 상태에서 빠르게 번식한다. 특히 20~60도 사이의 ‘위험 온도대’에서는 세균이 급격히 늘어난다. 국이나 찌개를 실온에 오래 두면 이 온도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설사 그 후에 다시 끓인다고 해도 이미 생성된 세균 독소나 포자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한 번 끓여놓은 찌개를 몇 시간 후 다시 끓이는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세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 끓는 물은 대부분의 식중독균을 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독소나 내열성 포자는 100도에서도 파괴되지 않거나, 파괴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리젠스나 바실루스 세레우스 같은 균이 있는데, 이들은 음식을 끓여도 살아남거나 독소를 남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문제는 보관 방식에 있다. 끓인 국이나 찌개를 그대로 냄비째 실온에 두었다가 몇 시간 후에 다시 끓이는 행동은 매우 흔하지만, 위생학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그동안 음식이 ‘위험 온도대’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미 세균이 증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끓여봤자 이미 생성된 독소까지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이나 찌개를 조리한 후 가능한 한 빨리 식혀서 냉장 보관하는 것을 우선으로 권한다. 식은 후에는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먹기 직전에 충분히 가열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히’란 단순히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 아니라, 내용물 전체가 74도 이상으로 가열되도록 끓이는 것이다.
또한 보관 기간도 중요하다. 냉장보관하더라도 국물류는 2~3일 이내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냉장 상태에서도 일부 세균은 서서히 번식할 수 있으며, 식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냉동 보관은 좀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지만, 해동 후에는 반드시 한 번만 가열하고 재냉동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