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0%?... 30년 훌쩍 넘은 구식 시청률 집계, 이젠 바뀌나
2025-05-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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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IPTV 통합 시청데이터’ 인정
중소사업자 활로모색에 도움 줄듯

시청률 집계의 새 장이 열릴까. 기존 시청률 집계의 한계를 넘어 전수 데이터 기반의 시청 취향과 방송 소비행태 파악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IPTV 통합 시청데이터가 학계에서 정확성을 인정받았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처럼 방송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사업자들의 활로 모색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한국IPTV방송협회가 주관하는 '방송·광고의 새로운 성장과 상생: 미디어 시청데이터에서 답을 찾다' 세미나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홀에서 열렸다.
학회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 3사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IPTV 통합 시청데이터 플랫폼'의 신뢰도 검증과 함께 도입 배경, 기대 효과, 향후 방송산업에 가져올 변화 및 사업기회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세미나는 2건의 연구발표(발제)와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에서는 IPTV 3사 시청데이터가 필요한 이유와 신뢰도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성윤택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수석연구위원은 '새로운 시청데이터의 가능성과 확장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IPTV 통합 시청데이터가 방송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 방식은 조사 샘플이 제한적이어서 중소 채널의 경우 시청률이 '0'으로 집계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IPTV 통합 시청데이터는 1800만 가입자(셋톱박스)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시청률 조사가 집계할 수 없었던 시청 행태, 광고 노출 현황을 정밀히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방송환경에서 IPTV 셋톱박스에 기반한 시청데이터는 방송은 물론 광고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IPTV 시청데이터의 측정 정확도 검증과 신뢰성 확보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연구결과를 두 번째로 발표했다.
황 교수는 최근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연구팀이 IPTV 3사의 셋톱박스 기반 시청시간 측정데이터가 기존 이용자 패널 기반 시청률 조사방법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했다.
연구팀은 셋톱박스 로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청채널 일치율을 나타내는 '경로인식도' ▲실제 시청시간과 기록간 차이를 의미하는 '총오차' ▲기존 시청점유율 검증연구에서 적용한 '시간인식 허용오차 통과율' 등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경로인식도는 약 97~99%(기기 오류 모델 제외)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총오차는 기존 패널 기반조사보다 낮게 나타났다. 시간인식 허용오차 통과율의 경우 IPTV 3사 모두 98% 이상을 기록했다.
연구 책임자인 황 교수는 "IPTV 셋톱박스 기반 시청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시청률을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인의 시청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등 미비점 등을 보완한다면 정교한 미디어 이용행태 분석과 이에 기반한 맞춤 서비스 개발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이번 발제는 방송산업에서 IPTV 시청데이터의 객관성과 활용 가능성에 실증적 근거를 제시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 두루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기존 집계방식으로는 시청률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중소 채널의 시청률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은 물론 광고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범수 한양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 박민규 고려대 교수, 임석봉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 모정일 디지털퍼스트 부사장 등 방송산업 분야 전문가들이 IPTV 시청데이터 활용 방향과 정책적 지원사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이병석 한국IPTV방송협회 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IPTV 셋톱박스에 기반한 시청데이터의 신뢰도를 검증한 첫 발표가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IPTV 통합 시청데이터를 통해 국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중소 방송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TV 시청률 측정 방식은 TV수상기 피플미터 방식이다. 특정 가구의 TV 수상기에 '피플미터'라는 기기를 설치해 시청 데이터를 수집한다. 가구 구성원은 TV를 시청할 때 피플미터와 연결된 핸드셋에 자신에게 부여된 고유번호를 입력한다. 이 입력을 통해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 기록된다.
문제는 30년도 넘은 이 조사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져 현대 시청 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사 표본 크기가 작아 실제 시청률을 왜곡하며 부정확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업계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피플미터 방식이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 소비 행태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주요 시청률 조사 기관 간의 데이터 불일치가 결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부정확한 데이터는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기획과 콘텐츠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청률 왜곡을 심화해 소규모 채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