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산불 휩쓸고 간 자리에… 의성서 수십 마리나 발견된 '멸종위기 1급' 곤충

2025-05-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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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불 피해 이후 첫 발견

경북 의성군에서 붉은점모시나비 수십 마리가 확인됐다.

붉은점모시나비 사진 / 뉴스1
붉은점모시나비 사진 / 뉴스1

지난 3월 22일 의성 안평면과 안계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요 서식지가 불에 탔지만 일부 지역에서 생존 개체가 발견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의성군 안사면 일대에서 붉은점모시나비가 목격됐다. 붉은점모시나비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호랑나비과에 속한다. 백색 반투명 날개에 검은색 무늬가 있고 뒷날개에는 붉은 점 두 개가 나 있다. 주로 5월 초에 출현해 중순에 번식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선, 한탄강 일원, 의성 등 일부 지역에서만 살아남았다.

붉은점모시나비 / 뉴스1
붉은점모시나비 / 뉴스1

특히 의성군은 비안면, 안평면, 안계면, 안사면, 사곡면 일대가 주요 서식지다. 비안면은 바위가 드러난 산지, 안평면과 사곡면은 지방도 주변과 임도 일대 암석지에서 자생하는 기린초 덕분에 나비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붉은점모시나비는 1년에 한 번만 나타나는 일대 연 1화성 나비다. 알은 기린초 줄기나 잎 뒷면에 한 개씩 낳는다. 부화한 유충은 기린초만 먹고 자란다. 여름까지 성장한 뒤 번데기가 돼 겨울을 보낸다. 이후 이듬해 5월 어른벌레가 돼 날개를 편다.

서식지는 주로 숲이 우거지지 않은 햇볕 잘 드는 암반지대다. 도로공사로 노출된 절개지나 강변 암석지, 바위가 많은 산 정상부에도 잘 나타난다. 특징은 먹이식물인 기린초가 있는 곳에만 머문다는 점이다. 기린초가 사라지면 서식지도 함께 사라진다. 나무가 무성해지거나 잡초가 우거지면 자취를 감춘다.

기린초는 해발 300m 이상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여름철 붉은 꽃이 피고 꿀이 많아 곤충을 끌어들인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유충 시기에 기린초만 먹으며 성충이 된 뒤에도 기린초 꽃에서 꿀을 빨며 에너지를 얻는다.

의성군은 안계면 일대에 기린초를 인공적으로 심어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다. 붉은점모시나비 개체수를 보존하기 위한 작업이다. 동시에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린초 식재와 나비 생태를 배우는 생태탐방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직접 심은 기린초를 관찰하면서 생물 보존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하는 활동이다.

이번 발견은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붉은점모시나비 생존을 확인한 첫 사례다. 산불로 의성 지역 임야 2만 8853ha가 불탔다. 피해 면적은 전국 기준 9만 9289ha로, 산불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붉은점모시나비 / 뉴스1
붉은점모시나비 / 뉴스1

바위 지대는 회복 속도가 느려 한 번 훼손되면 수십 년간 서식처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결국 나비뿐 아니라 기린초까지 보호하지 않으면 생태계 복원이 어렵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멸종위기종 붉은점모시나비가 대형 산불 이후에도 발견됐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라며 "대구지방환경청은 서식지 실태조사와 보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붉은점모시나비 보존은 나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암반지대 생태계가 유지돼야 함께 살 수 있다. 서식지 관리와 기린초 보호가 동시에 이뤄져야 멸종위기종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다.

붉은점모시나비 / 뉴스1
붉은점모시나비 / 뉴스1
home 용현지 기자 gus8855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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