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딸기, 가격은 싼데 한국 딸기보다 맛없는 이유
2025-05-21 16:03
add remove print link
한국 딸기의 비밀: 맛을 위한 농업 혁신
유럽 딸기, 달콤함 대신 효율을 선택
유럽 여행을 하면서 딸기가 유독 맛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유럽을 다녀온 이들이 종종 "거긴 딸기가 싸지만, 맛이 없어"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왜 한국의 딸기는 비싸지만 맛있고, 유럽 딸기는 싸지만 심심한 맛을 낼까?
그 차이는 단순히 품종이나 가격 차이를 넘어서 농업 기술과 유통 구조, 소비 문화, 그리고 ‘맛’의 개념까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한국에서 재배되는 딸기는 대체로 당도가 높고, 식감이 부드러우며, 신맛이 적은 품종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것이 설향, 죽향, 금실, 아리향 등으로, 이들 모두 맛 중심의 품종이다. 특히 설향은 한류 딸기의 대표주자로, 일본 품종을 대체하면서도 수출용으로 인기가 많다.

이런 품종은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입에 넣었을 때 톡 쏘는 산미보다 달콤한 감촉이 우선적으로 느껴지며, 부드러운 과육 덕분에 생으로 먹기에도 적합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과일을 간식이나 디저트처럼 먹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예쁘고 달콤한 맛에 집중하는 문화가 강하다. 이를 반영해 국내 농가는 수확량보다는 품질에 집중해 재배한다. 덕분에 한국 딸기는 과일 하나만으로도 디저트처럼 먹히는 고급 과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유럽에서 재배되는 딸기는 전혀 다른 기준에서 출발한다. 유럽은 딸기를 유통 효율과 수확량 중심으로 재배한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 생산국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유통을 고려해, 딸기의 맛보다는 단단한 외피, 저장성, 운송 안정성 등을 더 중요하게 본다.
즉,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야 하며, 여러 나라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모양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딸기의 당도보다는 경도, 즉 딱딱함을 우선시한 품종이 주로 재배된다. 이런 딸기는 당도는 낮고, 수분감도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맛이 없다’는 평을 듣게 된다.
유럽에서는 딸기를 생과일보다도 잼, 퓨레, 요거트용 재료 등 가공 용도로 소비하는 문화가 강한 점도 영향을 준다. 딸기를 디저트로 즐기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 설탕이나 다른 재료로 맛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생딸기의 당도 자체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당도가 높은 품종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유럽 딸기의 저렴한 가격은 농업 규모와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유럽은 드넓은 농지와 기계화된 대형 농장을 기반으로 한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건비도 한국보다 낮은 경우가 많고, 유럽연합의 농업 보조금 시스템도 한몫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딸기 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기후와 지형상 대규모 농업이 어렵고, 대부분의 딸기 농가가 하우스 재배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우스 딸기는 날씨에 영향을 덜 받아 고품질 딸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초기 시설 투자와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여기에 인건비와 수작업 중심의 수확 방식, 유통비 등이 모두 얹히면서 딸기 한 팩의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한 한국은 딸기를 선물용 과일로 소비하는 문화도 있어, 포장 디자인, 상품 정렬, 배송 서비스까지 모두 프리미엄화돼 있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한국 딸기의 또 다른 강점은 정밀한 온도·습도 조절 시스템에 있다. 스마트팜 기술이 접목된 하우스에서는 딸기의 생장 시기마다 다른 환경이 조성된다. 개화기, 수확기, 숙성기 등을 구분해 빛의 양, 온도, 급수량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당도가 극대화된 최적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
반면 유럽의 딸기는 계절 의존성이 높고, 실외 재배가 많아 날씨에 따라 품질 편차도 크다. 자연 재배의 장점도 있지만,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