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쉽게 보던건데…한의사들 사이선 귀하다고 소문난 뜻밖의 '나물'
2025-05-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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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옥죽' 혹은 '황정'으로 불리는 식물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마주치는 식물 중 하나지만, 한의사들 사이에선 귀한 약초로 꼽히는 나물이 있다.

바로 '둥굴레'다. 산과 들, 심지어 길가에서도 자라는 이 풀은 언뜻 보기엔 흔한 야생초에 불과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약효와 가치가 뛰어나 오랜 세월 동안 한방에서 귀하게 다뤄져 왔다.
둥굴레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30~60cm 정도 자라며 줄기는 곧고 끝이 살짝 처진다. 6개의 줄이 잡히는 능각 줄기를 가지고 있고 가지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대나무 잎을 연상시키며 어긋나게 배열돼 있다. 긴 타원형의 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를 감싸듯 퍼져 있고, 그 길이는 5~10cm에 달한다. 꽃은 6~7월 사이에 피는데, 줄기 중간부터 잎겨드랑이마다 1~2개씩 달린다. 꽃은 백색에서 녹색으로 이어지는 색감을 지니며, 길이 15~20mm 정도로 작지만 정교한 구조를 가졌다. 꽃이 지고 나면 9~10월경에 둥근 장과가 맺히며 검게 익는다.
이 식물은 생육환경에 있어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햇빛이 하루 5시간 이상 드는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고냉지 채소 재배지나 묵정밭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육한다. 뿌리는 굵고 육질이며 옆으로 뻗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대나무 뿌리처럼 생겼다. 이 뿌리가 바로 약용 부위다. 봄철에는 어린싹을 나물로 먹기도 하며, 뿌리는 건조해 차로 달이거나 한약재로 사용된다.

둥굴레는 생약명으로 '옥죽' 혹은 '황정'이라 불린다. 오래전부터 동의보감, 본초강목, 황제내경 등 고전 의서에 꾸준히 등장하며 그 효능이 기록돼 왔다. 특히 자양강장, 보기, 윤폐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력을 보충하고 활력을 높이며, 병후나 산후 회복, 노인성 쇠약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폐와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마른기침, 구강건조, 갈증 증상 완화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현대 연구에서도 둥굴레의 가치는 입증되고 있다. 혈액순환 촉진, 항산화 작용,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 위장 보호 등 다양한 기능성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사포닌, 스테로이드, 비타민 A·C·E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노화 방지와 성인병 예방 측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혈압과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며,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만성질환 예방에도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잎, 꽃, 열매, 뿌리 모두 활용 가능한 둥굴레는 그 자체로 버릴 곳 없는 식물이다. 봄에는 나물로, 연중에는 뿌리를 채취해 차나 약재로 사용된다. 특히 뿌리 수확은 늦가을과 이른 봄이 상품성 높은 시기로 여겨지며, 비옥한 땅에서 재배했을 경우 품질도 뛰어나다. 촉성 재배가 가능해 겨울철 관광지 등지에서는 조기 수확으로 출하되기도 한다.

유사종으로는 산둥굴레, 큰둥굴레, 왕둥굴레, 맥도둥굴레 등이 있으며, 각각 꽃의 개수, 잎의 크기, 잎 뒷면의 돌기 유무 등으로 구분된다. 병해는 거의 없지만 간혹 잎벌레나 잎말이나방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어 방제가 필요하다.
한방에서 둥굴레는 단순한 나물을 넘어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고 진액을 보충하는 귀한 약재로 여겨진다. 특히 음을 보하는 효능이 뛰어나 건조하고 열이 많은 체질에 유효하며, 정력을 보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되던 귀한 약재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장수를 위해 신선들이 복용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둥굴레는 흔하지만 귀하다. 누구나 산이나 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지만, 알고 보면 한방에서 오랜 세월 동안 귀하게 다뤄온 자양강장의 상징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들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건강 효과와 인류의 전통 지혜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 평범한 나물이 오늘날에도 한의사들 사이에서 여전히 귀하게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