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들판 뒤덮은 최악의 생태계 교란종... 나물로 먹었더니 '대반전'
2025-05-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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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태계 골칫거리지만 식재료로는 최상급
환삼덩굴이란 식물이 있다. 길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덩굴식물인 환삼덩굴은 한국의 들판과 빈터를 뒤덮으며 생태계를 교란하는 악명 높은 식물이다. 억세고 거친 가시로 무장한 환삼덩굴은 주변에 있는 뭐든 휘감아 다른 식물을 질식하게 한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골치 아픈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성가신 존재가 뜻밖의 매력을 숨기고 있다. 식탁에 오르면 놀라운 맛과 건강 효능으로 반전을 선사한다.

환삼덩굴은 쐐기풀목 삼과에 속한다. 덩굴성 한해살이 식물이다. 이름은 삼(대마)과 비슷한 덩굴식물에서 유래했다. 줄기는 네모난 형태다. 길이 2~4m까지 자란다. 밑을 향한 거친 가시가 줄기를 뒤덮는다. 가시가 피부에 닿으면 따갑다. 가려운 상처를 남긴다. 잎은 손바닥 모양이다. 5~7갈래로 갈라진다. 길이와 폭은 각각 5~12cm다. 잎 표면에는 거친 털이 나 있다. 꽃은 7~10월에 핀다. 암수딴포기다. 수꽃은 황록색이다. 암꽃은 짧은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열매는 수과다. 9~11월 황갈색으로 익는다.
한국 전역에서 자생한다.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밭이나 들, 강변, 길가, 빈터에서 흔히 발견된다. 동아시아가 원산지다. 중국과 일본에서 널리 분포한다. 러시아 극동지역에도 퍼져 있다. 환삼덩굴은 생명력이 강하다. 일단 뿌리를 내리면 빠르게 퍼진다. 다른 식물을 감아 올라간다. 햇빛을 차단한다. 토착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유다.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줄기에 난 가시는 피부에 닿으면 염증과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여러모로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이다. 관리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까다롭다. 유묘 단계에서 뿌리째 뽑아야 한다. 꽃이 피기 전에 제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렇게 환삼덩굴은 생태계의 골칫거리지만 식재료로는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다. 부드러운 새순과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 새순이 연할 때다. 7~9월에 꽃이 핀다. 꽃 피기 전이 최적의 채취 시기다. 늦여름이나 가을에는 줄기가 질겨진다. 가시에 긁히지 않으려면 채취할 땐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먼저 나물볶음. 어린 새순을 채취해 뿌리를 가위로 자른 뒤 깨끗이 씻는다. 소쿠리에 건진다. 냄비에 물을 끓인다. 굵은 소금을 약간 넣는다. 새순을 30초간 데친다.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짠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른다. 다진 마늘을 넣는다. 진간장과 물엿을 추가한다. 중불에서 끓인다. 데친 환삼덩굴을 넣는다. 재빨리 뒤적인다. 맛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고춧가루는 취향에 따라 추가한다. 볶은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다음으론 환삼덩굴 겉절이. 어린 새순을 채취해 뿌리를 자르고 깨끗이 씻는다. 믹싱볼에 넣고 간장과 설탕을 추가한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참기름도 첨가한다. 재료를 고루 버무린다. 간을 봐서 입맛에 맞으면 볶은 참깨를 뿌린다. 달래나 다른 채소와 함께 버무려도 맛있다.

환삼덩굴 순은 샐러드나 비빔밥 재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새순은 새싹 채소와 비슷하다. 식감이 아삭하다. 믹서기에 갈아 수제비 반죽에 넣어도 되고 옹심이 반죽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맛은 어떨까. 고소하고 쫄깃하다. 겉절이는 새순의 아삭함이 돋보인다. 고춧가루의 매콤함과 조화를 이룬다. 먹어본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정말 맛있는 나물이라고.
환삼덩굴은 약용 식물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열매를 사용했고, 전초를 약재로 썼다. 고혈압에 효과가 있고 폐 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 완화에도 유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염증 효과도 기대된다.
환삼덩굴이 잡초에서 ‘식탁의 별미’로 탈바꿈하면 생태계 교란종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생경한 식재료가 별미로 재탄생할 수도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