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50마리도 안 남았다... 사실상 '멸종의 길' 걷고 있는 슬픈 동물
2025-05-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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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아 대부분 홀로 생활한다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대 사슴의 원형이 한반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바위 틈새를 누비며 살아온 작은 생명체는 이제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향노루. 현재 강원도 일대에 50마리도 채 남지 않아 자연 생존의 마지노선을 밟고 있는 사향노루에 대해 알아봤다.
사향노루는 우제목 사향노루과에 속하는 포유류다. 노루가 붙은 이름과는 달리 계통학적으로는 노루보다 소에 더 가까운 동물이며, 순 우리말로는 국노루, 궁노루로도 불린다. 고대 사슴의 원형을 간직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이들의 조상은 미크로메릭스라는 동물이다. 1851년 세르비아 레코바츠 마이오세 지층에서 루이 라르테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오늘날의 사슴과는 달리 암수 모두 뿔이 없고 수컷만 약 5cm 길이의 송곳니가 입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송곳니는 고라니와 유사하게 다른 수컷과의 경쟁과 암컷 유인에 사용된다. 몸길이는 70~100cm, 어깨높이는 약 50cm, 체중은 7~17kg 정도다.
이들의 외형은 독특하다. 몸 전체가 검은 갈색 털로 덮여 있으며, 눈 주위와 뺨, 귓등 부분의 털끝은 흰색이다. 아래턱은 회백색이고, 귓속의 털은 백색을 띤다. 특히 두 눈으로부터 시작해 목의 좌우, 앞가슴을 지나 앞다리 안쪽까지 내려가는 흰색 줄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어 다른 동물과 쉽게 구별된다. 머리는 몸에 비해 작은 편이며, 발굽과 사지도 짧고, 꼬리는 매우 짧아 겉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사향노루가 멸종위기에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수컷이 만들어내는 '사향' 때문이다. 세 살 이상의 수컷은 짝짓기 철에 암컷을 유인하거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배꼽과 생식기 사이에 있는 향낭에서 독특한 냄새의 분비물을 내뿜는다. 이 분비물을 건조한 것이 향수 원료나 한약재로 사용하는 사향이다.
한의학에서 사향은 막힌 곳을 뚫는 데 그 효력을 따라올 약재가 없다고 평가받는다. 기혈 순환을 돕는 약재로서 동맥경화증 예방과 혈액 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의학적으로는 일종의 순환을 돕는 약재로 분류된다. 기혈을 순환시키는 한약에서는 반드시 사향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다.
사향은 과거 향수 대용으로 사용하거나 향낭이나 향갑에 넣어 다니는 방향제로도 활용됐다. 사향이 수컷에게만 있는 생식샘이기 때문에 정력에 좋다는 설도 많았으며, 남성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지기도 했다. 여성의 경우 오래 복용하거나 사용하면 불임이 된다고 여겨져 일종의 피임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높은 수요와 다양한 용도 때문에 불법 밀렵과 남획이 이뤄졌고, 서식지 파괴까지 더해져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사향노루는 강원도 DMZ 일원 등에서 서식하고 있다. 약 50개체 내외의 적은 수가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지리산 일대, 경상북도, 강원도에 서식했으나 현재는 강원도 지역이 주요 서식지로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포유류 1종이 자연 상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 50개체 이상이 돼야 안정적인 서식이 가능하다. 자연 생존이 어려운 임계점에 서 있다. 이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와 지속가능한 번식을 위한 최소 개체군 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향노루는 바위가 많고 1000m 이상 되는 높은 산의 침엽수림 또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재하는 숲에서 서식한다. 산악 타이가 지대를 선호하며, 먹이와 바위가 많은 경사지에서 주로 생활한다. 시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해 있고 겁이 많은 성격으로 인해 대부분 홀로 생활하거나 어미와 새끼로 이뤄진 두세 마리의 작은 집단을 형성해 생활한다. 의류, 잎, 나무껍질 등 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적어 소화가 잘되는 먹이를 선호한다. 특히 겨울에는 식단의 약 99%를 지의류로 채우는 특이한 식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수한 식성과 서식지 요구조건으로 인해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종이기도 하다.
이들은 생후 약 1년에 성적으로 성숙한다. 임신 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 보통 5, 6월에 1~3마리를 낳는다. 자연 상태에서의 수명은 10~14년 정도지만 사육 시에는 평균 20년간 생존한다. 번식률이 낮고 성장이 느려 개체 수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동북부와 내몽골, 몽골 등 아시아 동부에 분포한다.
정부는 사향노루 보호를 위해 1998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고, 2005년부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천년의 시간을 견뎌온 사향노루가 인간의 탐욕 앞에서 사라져가는 현실은 무거운 숙제를 던진다. DMZ 일대의 서식지 보전과 함께 인공 번식 프로그램 도입, 불법 거래 단속 강화, 사향 대체재 개발 촉진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