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가리지 않고 출몰해 기겁…전화통에 불나고 있다는 대전 소방서 상황

2025-05-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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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온 오르며 도심 잇따라 출몰하기 시작해

대전에서 뱀 출몰·물림 관련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며 시민들에게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소방 당국에 의해 포획된 뱀 / 소방청 제공
소방 당국에 의해 포획된 뱀 / 소방청 제공

지난 22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8분께 대전 서구 매노동의 한 교회에서 뱀이 나타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교회 현관문 신발장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몸길이 50cm가량의 뱀을 포획해 인근 하천에 풀어줬다.

또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대전 동구 가오동의 한 식당에서는 '뱀에게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곧바로 출동한 구급대는 A 씨(50대)를 충북 지역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대 관계자는 "A 씨가 식당 안에서 물린 것은 아니었다"라며 "뱀에게 물린 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구급대를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7시 25분께 동구 용전동에서도 주차돼 있던 차 보닛 위에 뱀이 나타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포획하기도 했다.

소방청이 2022년 전국 뱀 관련 사고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뱀물림 사고는 기온이 상승하는 6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7~9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장소는 주로 밭(33.8%), 집이나 마당(17.2%), 길가(8.2%) 순이었다.

지난해 대전 지역 뱀 출몰 신고는 모두 318건으로, 올해는 현재까지 47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달 들어 대전 지역 기온이 크게 오르며 뱀 출몰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라며 "민가와 도로 등 생활 반경 안에서도 뱀이 출몰하거나 뱀물림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가급적 풀숲이나 잔디가 있는 곳에는 가지 말고 뱀을 발견하면 119에 신고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

한편 봄철이 되면 기온 상승과 함께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뱀의 출몰도 잦아진다. 특히 민가 주변에 뱀이 자주 나타나는 현상은 생태적 특성과 최근 기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뱀은 겨울 동안 동면하다가 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때 사람과의 우발적인 접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월 초 낮 기온이 영상 20도 이상으로 오르면 뱀이 동면 굴 밖으로 나와 햇볕이 드는 곳에서 체온을 높이며 활동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아직 밤 기온이 낮기 때문에 동면 장소 근처에서만 움직인다. 하지만 4월 말에서 5월에 접어들면 기온이 더 오르고 새순이 움트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뱀이 동면 굴을 벗어나 서식지로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부터 산행이나 야외 활동 중 뱀과 마주칠 위험도 덩달아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뱀에 의한 물림 사고가 자주 발생하며 특히 5~6월은 뱀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알려져 있다.

봄철 뱀 출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동면에서 깨어난 이후의 활발한 활동과 먹이활동이다. 동면에서 깨어난 뱀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 나선다. 특히 4~6월은 뱀의 번식기이자 먹이활동이 왕성한 시기로, 뱀들이 민가 주변까지 이동해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가 주변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은신처도 많아 뱀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기후 변화와 이상 고온 현상도 민가 출몰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최근 들어 겨울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뱀은 예년보다 빠르게 동면에서 깨어난다. 이에 따라 먹이활동도 앞당겨졌고 사람과의 접촉 시기도 빨라졌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뱀에게 물릴 확률이 6%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이는 뱀의 활동 빈도가 기온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민가 주변의 환경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 등이 많아 설치류가 증가하면 이를 먹이로 삼는 뱀이 자연스럽게 주거지로 접근하게 된다. 산이나 들보다 주거지, 아파트 단지, 텃밭 등은 뱀이 먹이를 구하기 쉬운 환경이며 돌담이나 수풀 등 은신처도 많아 뱀이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뱀의 체온 조절 습성 역시 민가 출몰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뱀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을 조절하는 변온동물로, 봄철에는 햇볕을 쬘 수 있는 따뜻한 장소를 찾아 민가 주변에 나타난다. 돌담, 바위, 상석 밑 등은 뱀이 몸을 데우기에 좋은 장소로, 이런 곳에 은신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에는 오히려 그늘지고 시원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민가 주변에 출몰하는 사례가 많다.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

봄철은 뱀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로, 다양한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 첫째, 뱀은 따뜻한 바위나 도로변, 돌담, 큰 바위 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긴다. 풀숲이나 덤불, 나무 주변, 바위틈 등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에 은신하고 있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라서 산책이나 야외 활동 중 발밑을 잘 살피지 않으면 우연히 밟거나 건드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뱀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습성이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고사리를 채취하거나 꽃을 감상할 때처럼 시야가 발밑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는 뱀을 알아채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물릴 위험이 커진다. 셋째, 대부분의 뱀은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사람이 갑자기 접근하면 방어적으로 공격하거나 쫓아올 수 있다. 특히 독사류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받았다고 판단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며 놀란 뱀은 순간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넷째, 활동 시간대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뱀은 해가 진 후나 이른 아침에 활동이 활발하지만 봄철에는 낮에도 햇볕을 쬐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자주 출몰한다. 먹이와 짝을 찾는 번식기의 특성상 평소보다 넓은 지역을 활발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민가나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해가 지기 전 야외 활동을 마치고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뱀의 공격 범위와 반응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뱀은 자기 몸길이의 절반 정도 거리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뱀을 발견했을 때는 최소 2~3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야 한다. 무심코 다가가거나 자극을 주는 행동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봄철 뱀 출몰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동면에서 깨어난 뱀의 왕성한 활동, 기후 변화로 인한 출몰 시기 앞당김, 민가 주변의 환경 변화, 체온을 조절하려는 습성 등은 모두 민가 출몰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봄철에는 야외 활동 시 발밑을 살피고 수풀이나 덤불 속을 함부로 밟지 않아야 한다. 또한 뱀을 발견하면 즉시 거리를 두고 조심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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