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무수하게 찍었던 특급 배우인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5-05-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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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이후 5연속 흥행 참패…MZ세대는 외면

국내 배우 최초 주연작 관객 수 누적 1억명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렸던 대배우 송강호가 출연작들의 잇단 흥행 실패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살인의 추억’, ‘괴물’, ‘택시운전사’, ‘기생충’ 네 작품에서 잇달아 천만 관객 티켓 파워를 자랑하며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송강호가 최근 5연타석 흥행 부진을 겪으며 '국밥 배우'라는 자조적인 별명까지 따라붙고 있다.

영화 '나랏말싸미'. / 유튜브 채널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나랏말싸미'. / 유튜브 채널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송강호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19년 하반기다. 그해 5월 '기생충'의 흥행 대박 여세를 몰아 7월 야심 차게 사극 영화 '나랏말싸미'를 선보였지만 역사 왜곡 논란 속에 관객 수 96만여명으로 폭망했다. 손익분기점(350만명)의 4분의 1토막이 났다.

3년 뒤인 2022년 절치부심, 영화 '브로커'를 통해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협업하며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국내 흥행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윤여정, 아이유, 강동원 등 화려한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는 126만여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150만명)조차 넘기지 못했다.

영화 '비상선언'. / 유튜브 채널 '쇼박스'
영화 '비상선언'. / 유튜브 채널 '쇼박스'

그해 하반기 출연한 제작비 300억원의 대작 '비상선언' 역시 반타작도 못했다. 손익분기점 500만명에 관객 수는 205만명에 머물렀다.

영화 '거미집'. / 유튜브 채널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 유튜브 채널 '바른손이앤에이'

이듬해 개봉한 거미집은 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관객 수는 고작 31만여명이었다, 손익분기점은 200만명. 송강호 외에도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주요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관객은 반응하지 않았다.

영화 '1승'. / 유튜브 채널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1승'. / 유튜브 채널 '키다리스튜디오'

지난해 12월 개봉한 '1승'도 흥행 참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배구 감독과 고등학교 선수들의 성장 서사를 다뤘는데 관객 수 32만명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낳았다. 손익분기점은 180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개봉한 '범죄도시4'가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고지를 밟은 것과 비교하면, 송강호의 이름값은 더 이상 흥행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5연속 흥행 실패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송강호는 지난 20년간 거의 매 작품에서 흥행과 비평을 모두 잡아 온 배우다. 그가 주연을 맡은 괴물(2006)은 1301만명, 변호인(2013)은 1137만명, 택시운전사(2017)는 1218만명, 기생충(2019)은 1000만명을 넘기며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선택한 작품들은 해외 영화제 중심의 예술영화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강호 특유의 연기력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대중성과 괴리된 작품 선택이 반복되면서 일반 관객과의 접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칸 수상 경력이 오히려 작품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송강호의 브랜드 자체가 익숙하고 믿을 만하지만 새로운 자극은 부족한, 일명 '국밥 같은 배우'로 소비되고 있다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온다. 관객층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MZ세대 관객에게 그의 연기나 작품 선택이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송강호는 현재 다음 작품으로 임순례 감독과의 재회작 '한산을 걷다'(가제)를 준비 중이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제작진은 "보다 대중적인 서사에 가까운 이야기로 송강호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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