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깜짝 놀라며 박수쳤는데…정작 국내선 반응 시큰둥한 '한국 영화'
2025-05-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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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편 영화는 한 편도 초청되지 못한 상황
전 세계가 깜짝 놀라며 주목한 한국 영화가 있다.
바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그 주인공이다.
'안경'은 제78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한국 장편 영화가 한 편도 초청되지 못한 상황에서 '안경'은 유일한 한국 초청작이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해당 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경'은 단편 독립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한계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특성이 겹치며, 칸 초청이라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국내 영화 팬들과 일반 관객의 관심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 정 감독의 작품들이 그동안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받는 경향이 강했던 점,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저변 자체가 넓지 않다는 현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이 깨진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경원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시력 검사 도중 들판 위에 있는 작은 집의 이미지를 보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내면, 즉 그림자와 마주하게 되는 심리적 여정을 그린다. 작품 속 '안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곧 '관점'의 은유로 쓰인다. 주인공은 기존의 왜곡된 시선을 거두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작품은 대사 없이 진행되는 15분 분량의 무성 애니메이션으로, 연필 드로잉 기반의 흑백 영상미가 특징이다. 시력 검사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빨간 지붕의 집'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중심 모티브로 삼아,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일상 속 장면을 개인의 내면 세계로 확장시켰다. 억눌린 감정, 상처, 감추고 싶은 자아와의 화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섬세한 이미지와 구조로 풀어낸다.
정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보편성을 담았다"고 말하며 대사가 없는 서사 구조에 대해선 "언어를 초월해 이미지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안경'이라는 소재는 깨지고 다시 쓰는 과정을 통해 관점의 전환과 자기 수용을 상징한다.
정 감독은 이미 2009년 '먼지아이'로 칸 감독주간 초청을 받은 바 있으며, 이후 베를린, 로카르노, 자그레브 등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안경'은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의 예술성과 가능성을 국제 무대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작품이다. 감독 본인은 이번 초청이 "더 많은 젊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안경'은 주인공이 집 안 공간에서 세 명의 그림자를 차례로 만나고, 이후 집 밖으로 나가 새 안경을 얻게 되는 구조를 통해, 무의식 속 내면 아이와의 화해를 이야기한다. 내면 아이는 주인공이 억압해온 감정과 상처의 총체로, 잊고 살아가던 자신 안의 그림자를 인지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서사의 핵심이다.
'안경'은 국내에서 상영관 확보나 화제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제된 이미지 언어와 상징성, 심리적 서사를 통해 세계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반응은 다소 시큰둥하지만, 해외에서의 찬사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는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음은 정유미 감독 단편 영화 '안경' 트레일러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