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아 골칫거리인 이 잡초, 생으로도 식용 가능한 나물 ‘대반전’

2025-05-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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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잡초의 ‘뜻밖의 쓰임새’

클로버 / 픽사베이
클로버 / 픽사베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풀이 뭘까. 벼, 밀, 보리 등 식량 작물을 빼고 말한다면 토끼풀(클로버)이 아닐까. 들판과 도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토끼풀이 뜨고 있다. 그동안 골칫거리 잡초로만 여겨졌던 토끼풀이 토양 보호부터 식용, 밀원식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효자 작물로 재탄생하고 있다. 강한 생명력과 뛰어난 적응력으로 전 세계에 퍼진 토끼풀이 이제는 친환경 농업과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클로버 꽃 / 픽사베이
클로버 꽃 / 픽사베이

토끼풀은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속명인 트리폴리움(Trifolium)은 라틴어로 '세 잎'이라는 뜻이며, 종명인 리펜스(repens)는 '덩굴식물, 밑으로 낮게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원산지는 유럽이지만 극지와 정글, 사막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 분포할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다.

한국엔 본래 서식하지 않았던 귀화식물이다. 1907년 경기도 수원에 있던 권업모범장에서 가축 사료용으로 도입한 것이 야생화하면서 전국으로 퍼졌다. 특히 철도를 따라 무성하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철도풀'로 불리기도 했다. 토끼풀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다. 토끼가 잘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 하얀 꽃봉오리가 토끼 꼬리와 비슷해서라는 설, 토끼 사료로 쓰이는 자주개자리와 혼동해서라는 설 등이 전해진다.

클로버 / 픽사베이
클로버 / 픽사베이

최근 토끼풀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산하 벤처기업인 '방초소년단'이 토끼풀을 활용한 친환경 잡초 방제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토끼풀은 생명력이 강해 비료 없이도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뿌리에는 질소를 고정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토끼풀 줄기는 땅을 기며 뻗어나가면서 자라기에 다른 잡초가 뿌리내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별도의 예초 작업 없이도 잡초 관리가 가능하고, 뿌리가 흙을 단단히 붙잡아 비가 와도 토양이 쉽게 유실되지 않는다. 매년 드는 예초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제초제나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하얀 꽃이 아름답게 피고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경관 조성 효과도 뛰어나다.

클로버 꽃 / 픽사베이
클로버 꽃 / 픽사베이

방초소년단은 토끼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씨앗 직접 파종 방식 대신 모판에서 떼 형태로 키워 대량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비수기 동안 모판에서 토끼풀 떼를 미리 길러두었다가 필요할 때 현장에 바로 옮겨심는 방식으로, 이렇게 재배한 토끼풀은 뿌리 활착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토끼풀은 밀원식물로서의 가치도 높다. 하얗게 피는 꽃 속에 꿀이 많아 양봉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토끼풀 꿀은 빛깔이 맑고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꽃향기를 띠어 인기가 좋다. 전국 저수지에 토끼풀 단지를 조성하면 토양 유실 방지와 함께 밀원식물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클로버 꽃 / 픽사베이
클로버 꽃 / 픽사베이

토끼풀의 식용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 토끼풀과 붉은토끼풀 모두 식용이 가능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섭취 방법은 차로 우려 마시는 것이다. 토끼풀 잎과 꽃을 말려서 차로 마시면 바닐라와 비슷한 향이 나며, 에스트로겐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붉은토끼풀은 허브의 일종으로 약효가 있어 전통적으로 차로 많이 활용됐다.

신선한 토끼풀 잎은 샐러드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봄에 부드러운 어린잎을 채취해 샐러드에 넣으면 새콤한 맛이 난다. 한 업체는 샐러드용 네입클로버 50잎을 1만 5000원에 인터넷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생으로 무쳐먹을 수도 있다.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살짝 데친 뒤 초장이나 된장으로 무쳐서 먹을 수 있다. 의외로 감칠맛과 산뜻한 맛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 클로버 / 픽사베이
붉은 클로버 / 픽사베이

토끼풀은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것도 특징이다. 건조 클로버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7~33g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료(초식동물 사료)에 말린 토끼풀을 넣으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우유를 생산하는 데 이상적이다. 잎을 말리면 바닐라와 비슷한 향이 나서 바닐라 대신 과자나 요리에 향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토끼풀을 건초로 만들어 가축의 겨울 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토끼풀엔 약용 성분도 포함돼 있다. 붉은토끼풀의 경우 갱년기 우울증, 불면증, 안면홍조,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식용으로 활용할 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도시나 도로변에서 자라는 토끼풀은 중금속 오염 우려가 있어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식용으로 사용할 토끼풀은 반드시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되거나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채취한 것만 사용해야 한다.

토끼풀은 정원 관리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잔디 대용으로 심으면 일반 잔디보다 훨씬 관리하기 쉽고 물도 적게 든다. 또한 잔디와 달리 꽃까지 피기 때문에 꿀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다만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골칫거리 잡초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뿌리가 가늘어 잔디 틈을 파고들고 덩어리져서 성장하기 때문에 제거하려면 잔디와 흙을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토끼풀은 세 잎으로 이뤄진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끔 네 잎 이상의 돌연변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네 잎 토끼풀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더 드물게는 다섯 잎, 여섯 잎 토끼풀도 발견되며, 최근에는 품종 개량을 통해 63잎까지 나온 기록도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방초소년단의 친환경 잡초 방제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며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및 컨설팅 지원에 나섰다. 탄소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판단에서다. 토끼풀을 활용한 친환경 농업 기술이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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