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3일만 허락되는데…잘못 먹으면 치명적인 '독성 나물'

2025-05-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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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봄철 단 3일만 딸 수 있는 귀한 진미
산나물의 여왕이라 불리는 독 품은 새싹

봄나물 시즌이 이미 지나간 지금, 산나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단 3일만 딸 수 있는 귀한 나물”로 통하는 옻순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릅, 냉이, 돌나물 등 봄을 대표하는 산채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이 시점, 산나물 중에서도 ‘여왕’으로 불리는 옻순은 그 짧은 생애와 강렬한 맛으로 매년 미식가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의중마을 장철안(46)씨가 2015년 4월 27일 오전 토종 참옻나무에서 옻순을 채취하고 있다 /뉴스1(함양군 제공)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의중마을 장철안(46)씨가 2015년 4월 27일 오전 토종 참옻나무에서 옻순을 채취하고 있다 /뉴스1(함양군 제공)

옻순은 해마다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단 3일가량만 수확할 수 있다. 잎이 퍼지기 전, 순이 적당히 자라 부드럽고 단맛이 살아 있는 그 시점이 채취의 적기다. 이처럼 짧은 수확 기간과 한정된 생산량으로 인해 희소가치가 높고, 독특한 고소함과 단맛을 간직한 옻순 특유의 풍미는 두릅보다도 깊다고 평가된다.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거나 무쳐 먹는 옻순은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한 매력을 지닌 산채다.

하지만 귀한 만큼 치명적인 위험성도 함께 지닌다. 옻순은 옻나무에서 나오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우루시올(urushiol)을 함유하고 있어, 사람에 따라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단순 피부 접촉만으로도 발진이나 물집이 생기는데, 이를 식용으로 섭취할 경우 체내로 들어간 독성이 간이나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영남일보에 따르면 1980년대 초 대구 안지랑 옻닭 골목에서 옻순이 봄철 계절 메뉴로 등장하면서 상업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옻순은 생산지 인근 주민들만 즐기는 계절 한정 미식이었다. 단맛이 나는 드문 산채이기도 한 옻순은 옻나무에 포함된 다당류 덕분에 특유의 단맛과 고소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애호가들은 알레르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매년 이 시기에 옻순을 찾곤 한다.

2019년 참옻축제 때의 한 장면 / 연합뉴스(옥천군 제공)
2019년 참옻축제 때의 한 장면 / 연합뉴스(옥천군 제공)

하지만 이러한 미식 취향이 때론 큰 대가를 부르기도 한다. 과거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충남 공주에 거주하는 김 모(당시 40세) 씨는 동료들과 옻순을 함께 섭취한 뒤 전신에 심각한 증상을 겪었다. 겨드랑이, 허벅지, 사타구니 등 피부 접힘 부위에서 시작된 강한 홍반과 발진, 물집, 출혈반이 나타났고, 이어 호흡곤란과 신경계 이상 증상까지 동반돼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이후 정밀 검사에서 간과 신장에 상당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회복 이후에도 장기 치료가 필요했던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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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피부 접촉성 알레르기와는 차원이 다른, 식이성 옻 독성 반응이다. 대전대학교 한방병원 노석선 교수는 “옻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크고, 초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복 섭취 시 갑작스럽게 전신 반응이 올 수 있다”며 “예전에 괜찮았다고 해서 다음에도 괜찮으리라는 보장은 없고, 실제로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옻순은 귀하고 특별한 봄나물이지만, 섭취 시 체질에 따른 안전성 검토가 필수적인 나물이기도 하다. 특히 자신이 옻에 민감한지 모르는 일반인의 경우, 사전 검사나 적은 양부터의 섭취를 하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이 허락한 단 3일간의 짧은 맛. 옻순은 ‘산나물의 여왕’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독보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 이면엔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위험이 함께 따라온다. 귀한 만큼 조심스러운 선택이 필요한, 이 봄의 가장 극단적인 산나물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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