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들 모두 쫓겨날 수도... 미국 초유의 조치에 술렁
2025-05-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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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 전격 박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을 전격 박탈하는 전례 없는 초강경 조치를 22일(현지시각) 단행했다. 이번 결정으로 하버드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이 즉시 취소되면서 신규 유학생 입학이 완전 차단되고, 현재 재학 중인 약 6800명의 유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거나 미국 내 체류 자격을 잃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25-2026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이 조치는 하버드와 트럼프 행정부 간 장기간 이어져온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 내 주요 대학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에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완전 폐지, 친팔레스타인 시위 활동 제한, 교수진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정부 승인 감사 실시 등 포괄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버드 측은 이러한 요구가 대학의 학문적 자유와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며 전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연방정부는 하버드에 지원되던 22억 달러 규모의 연방기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유학생 등록 자격 박탈은 이러한 압박 캠페인의 최종 단계로 실행된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하버드의 유학생 규모와 그들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현재 하버드에는 140개국 이상에서 온 6793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전체 학생 수의 27%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이들 유학생은 대학의 학문적 다양성과 연구 역량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미국 학생들보다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며 대학 재정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하버드의 총 학비, 숙소비 등 관련 수입 13억 달러 중 유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한 재정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 자료에 따르면 하버드 유학생들은 매사추세츠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쳐왔다. 이들이 지출하는 생활비, 교통비, 기타 소비 활동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온 상황에서 대규모 유학생 감소는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유학생의 정확한 최신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버드의 국제적 명성과 아시아계 학생 비율을 고려할 때 중국, 인도 다음으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 유학생들은 갑작스럽게 전학 준비를 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미국 내 체류 자격을 완전히 상실할 위험에 직면했다. 특히 올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경우 학업 연속성이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행히 이번 학기 내에 졸업 요건을 완료하는 학생들은 학위를 정상적으로 취득할 수 있지만,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한 학생들은 반드시 다른 대학으로 편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하버드가 캠퍼스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태, 반유대주의 확산, 중국 공산당과의 부적절한 협력 관계를 방조하고 조장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번 결정이 다른 대학들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하버드가 특정 유학생 비자 소지자들에 대한 중요 정보 제공을 거부한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행정부는 특히 하버드에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과 교직원들을 조사하기 위해 관련 징계 기록, 시위 현장의 오디오 및 비디오 기록 등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하버드 측이 이를 전면 거부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 측은 이번 조치가 명백히 불법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 조치가 하버드 공동체는 물론 미국 전체에 심각하고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며, 대학의 근본적인 학문 및 연구 사명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하버드는 140개국 이상에서 온 유학생과 학자들이 대학과 국가 전체를 학문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왔다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대학 당국은 현재 신속하게 재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지침과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는 이미 연방기금 동결 조치에 대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번 유학생 등록 자격 박탈 조치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재학 중인 유학생들은 전례 없는 혼란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스웨덴 출신으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레오 게르덴은 하버드 크림슨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식을 "완전히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며, 유학생들이 백악관과 하버드 간의 정치적 싸움에서 일종의 포커 칩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하버드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법적 자원, 기부금, 의회 네트워크 등을 총동원해 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다른 유학생들도 비슷한 우려와 분노를 표하고 있으며, 특히 권위주의적 국가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민주주의와 학문적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하버드에 온 학생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들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대학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강경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조치가 전국의 모든 대학들에게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와 과격주의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는 명확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가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이념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시도로 해석되고 있으며, 특히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여자들을 모두 반유대주의적 성향의 하마스 동조자로 일괄 규정한 점에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버드는 그동안 일부 압박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DEI 사무소의 명칭을 커뮤니티 및 캠퍼스 생활 사무소로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행정부가 요구하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정책 변경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거부 입장을 유지해왔다.
연방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 차원에서 유학생들의 체류 자격을 일괄 박탈하려는 광범위한 시도에 대해 일시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학생들이 체류 자격 문제를 이유로 체포, 구금, 추방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효력을 가지며, 관련 법적 소송이 최종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하버드의 SEVP 인증 박탈은 이 연방 판사의 판결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조치로 진행되고 있기에 하버드 재학생들은 여전히 전학이나 체류 자격 완전 상실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 유학생을 포함한 전 세계 유학생들에게 극도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하버드에서의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긴급하게 다른 대학으로의 전학을 모색하거나, 최악의 경우 미국을 완전히 떠나야 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이는 학업 중단, 막대한 재정적 부담, 복잡한 비자 문제 등 다차원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 유학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왔으며, 하버드와 같은 세계적 명문대에서의 학업 경험은 개인적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중요한 학문적, 경제적 자산으로 축적돼왔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인 유학생들의 학업 경로가 갑작스럽게 차단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학문 네트워크 구축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버드의 전면적인 법적 대응과 다른 주요 대학들의 연대 반응이 이 사태의 최종적인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적인 강경 조치들이 현실화한다면 미국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유학생 유치 정책과 학문적 다양성이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