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60만원... 요즘 산에서 혹시 봤다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2025-05-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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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다이아몬드' 최고급 식재료... 한국선 아직 잘 모르는 버섯

봄에 사람들이 분홍빛 꽃잎에 시선을 빼앗기는 동안 산으로 올라가 땅을 훑는 이들이 있다. '봄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곰보버섯을 찾는 이들이다. 괴상망측한 외모와는 달리 세계 최고급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버섯은 건조 상태로 1kg당 50만원에서 6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곰보버섯 / '하늘비의 슬기로운 산촌생활' 유튜브
곰보버섯 / '하늘비의 슬기로운 산촌생활' 유튜브

모렐 버섯으로도 불리는 곰보버섯은 주발버섯목 곰보버섯과에 속하는 식용 버섯이다. 일반적인 야생버섯들과 달리 4월부터 5월까지의 봄철에 수확한다. 한 해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버섯 중 하나다. 버섯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체 높이는 5~12cm 정도지만 때로는 그 이상 자라기도 한다.

곰보버섯 / '아니그게진짜' 유튜브
곰보버섯 / '아니그게진짜' 유튜브

곰보버섯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머리 부분이다. 구형 또는 달걀 모양의 머리는 옅은 황백색에서 황갈색을 띠며, 벌집 모양의 불규칙한 구덩이들로 이뤄져 있다. 이 구덩이들은 호두 껍데기와 같은 깊고 현저한 홈을 형성하며, 각형, 유구형, 타원삼각형 등 다양한 모양을 보인다. 자루는 일그러진 원통형으로 백색 또는 엷은 황갈색을 띠며 표면이 거칠다. 머리와 자루 모두 속이 비어 있고, 육질은 연하고 무르며 흰색으로 변색되지 않는다.

곰보버섯 / '야생버섯 섭렵하기' 유튜브
곰보버섯 / '야생버섯 섭렵하기' 유튜브

곰보버섯은 주로 활엽수림 내 땅 위나 정원, 화단에서 발견된다. 특히 은행나무 군락지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 단생하거나 군생하는 특성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버섯이다. 세계적으로는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널리 분포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모렐 헌터'라고 불리는 전문 채집가들이 매년 봄철에 곰보버섯을 찾아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곰보버섯은 상당한 고급 식재료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말린 곰보버섯 250g이 7만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kg 기준으로 환산하면 30만원 정도다. 그러나 품질이 좋은 수입산 건조 곰보버섯의 경우 1kg당 50만원에서 60만원까지 호가한다. 송이버섯보단 비싸지 않지만 일반 버섯류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비싼 이유는 인공 재배가 어려워 대부분 야생에서 채취해야 하고, 발생 시기가 짧아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곰보버섯 재배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튀르키예 중앙원예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곰보버섯 인공 재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재배 기술이 정립되지 않아 농가에서 재배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국내 생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곰보버섯 채취 모습 / '백호에산약초' 유튜브
곰보버섯 채취 모습 / '백호에산약초' 유튜브

곰보버섯 맛은 독특하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고기의 깊은 맛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냄새를 맡아보면 구수한 치즈 향이나 오래 숙성된 치즈의 쿰쿰한 향이 난다. 식감은 쫄깃하고 꼬들꼬들해 일반 버섯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런 독특한 풍미 때문에 북미와 유럽의 셰프들이 고급 요리에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셰프들도 요리에 향을 내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곰보버섯은 우수하다. 비타민B가 풍부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탁월하고, 아연 성분이 혈관 속 지질의 농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돼 간염 예방에 좋고, 설사를 방지하며 소화 기능을 증진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과 철분 함량이 높으며, 체내 담즙산을 흡수하고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곰보버섯을 섭취할 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곰보버섯에는 하이드라진이라는 독성 물질이 미량 함유돼 있어 반드시 가열해서 먹어야 한다. 생으로 섭취하면 절대 안 된다. 데치는 과정 등을 통해 독을 제거한 후 조리해야 안전하다. 다행히 하이드라진은 열에 약해 충분히 가열하면 독성이 제거된다.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곰보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마귀곰보버섯과 헷갈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귀곰보버섯은 적갈색의 쭈글쭈글한 뇌 모양의 갓을 가진 독버섯이다. 지로미트린(Gyromitrin)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이 분해되면 로켓 연료로도 사용되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인 모노메틸하이드라진이 생성된다.

마귀곰보버섯의 독은 끓는점이 87.5도다. 물의 끓는점보다 낮아 가열하면 증발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도 독성이 있어 절대 마시면 안 된다. 또한 호흡이나 피부 접촉만으로도 신체에 흡수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핀란드에서는 이 버섯을 데쳐서 독을 제거한 후 먹기도 하지만, 독이 충분히 분해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기에 매우 주의해서 취급해야 한다.

곰보버섯은 곰보버섯과에 속하는 데 반해 마귀곰보버섯은 다른 과에 속해 목 단위에서만 같고 과 단위부터 다르다. 하지만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야생에서 발견한 버섯은 전문가의 검증 없이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곰보버섯을 채취할 때도 올바른 방법이 있다. 뿌리째 뽑지 말고 줄기 부분만 잘라서 수확해야 한다. 뿌리 조직이 매우 민감해서 뿌리째 뽑으면 지하 균사가 손상돼 주변의 작은 버섯들도 함께 망가지게 되고, 다음 해 수확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통째로 뽑으면 흙과 모래가 달라붙어 손질이 번거롭고, 뿌리 부분은 식감도 좋지 않아 보통 버리게 된다.

곰보버섯은 주로 건조해 유통한다. 이는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기 어렵고 운송 과정에서 손상되기 쉽기 때문이다.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제거되면서 특유의 향이 더욱 진해지고 보관 기간도 길어진다. 사용할 때는 물에 불려서 복원한 후 조리하면 된다.

세계적으로 곰보버섯은 고급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요리에서는 트뤼플과 함께 최고급 버섯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도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재배 기술이 발달하면 더욱 접근하기 쉬운 식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전히 야생에서 채취할 때는 독버섯과의 구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곰보버섯 / '아니그게진짜'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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