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이 말한 '다수의 독주'… 지금 한국에 꼭 필요한 개헌 경고장

2025-05-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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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 매디슨을 소환해야 할 때

이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만평.
이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만평.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개헌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책임총리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권력구조 개편안이 테이블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은 '시대 변화에 맞는 헌법 개정’을 외치지만, 국민은 개헌이 각 당의 정파적 셈법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여년 전 미국 헌법을 설계한 미국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1751–1836)의 정치 철학은 작금의 한국 정치에 날카로운 경고장을 던진다.

미국 하버드대 법학자 노아 펠드먼 교수는 저서 '미국의 설계자 제임스 매디슨'에서 매디슨을 "미국의 분열과 갈등의 시대 속에서 '헌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균형과 통합을 도모한 현실주의자"로 요약했다.

그가 남긴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권력은 견제되지 않으면 반드시 남용된다는 것이다.

매디슨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조차도 절대 선이 될 수 없음을 간파했다. 그는 다수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입법부 권력이 소수의 권리와 국가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철학은 민주주의의 적이 꼭 독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통찰에서 출발했다. 때로는 다수가 새로운 전횡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디슨의 해법은 단순한 권력 분산을 넘어서는 정교한 ‘견제와 균형’의 설계였다. 대통령제를 택하되 단일 의회가 아닌 상·하원으로 이원화된 의회를 구성하고, 대통령의 거부권과 사법부의 위헌 심사권, 그리고 연방제 하의 지방 권한 보장을 통해 권력의 독점을 구조적으로 차단했다. 핵심은 권력기관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제한함으로써 권력 그 자체가 선을 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장치하는 데 있었다.

대한민국 국회. / 뉴스1
대한민국 국회. / 뉴스1

이런 매디슨의 구상은 오늘날 한국 정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대통령 중심제 아래에서도 여당이 입법부를 장악하면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실상 ‘한몸’처럼 움직이는 현실에서, 제도적 견제 장치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현재 한국은 삼권분립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문이 크다.

특히 국회 권한의 비대화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의회 독주에 대한 우려는 어느 진영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야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내로남불 정치와 법안 강행 처리는 결국 매디슨이 경계한 다수의 독주를 그대로 닮았다. 권력 구조 개편 논의는 이처럼 특정 권력의 팽창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또 권력기관 간 감시와 균형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의 개헌 논의가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정치권은 헌법의 본질-권력 남용 방지와 소수 권리 보호-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 개헌은 정파적 유불리의 계산을 넘어, 모두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 위에서만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소수 의견이 보장되고, 권력이 감시받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디슨의 철학은 오늘의 한국 정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을 쥐었을 때 유혹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어느 진영이든 독주로 흐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구조의 재배열이 아니라, 권력 자체에 대한 경계심과 이를 제도화할 냉철한 설계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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