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완패…한국 탁구 간판 신유빈, 연달아 탄식할 소식 전해졌다
2025-05-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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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혼복 4강서 왕추친-쑨잉사 조에 0-3 패배
신유빈 단식 8강 좌절 이어 중국에 연이은 고배
한국 탁구의 ‘찰떡 콤비’로 기대를 모았던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신유빈(대한항공) 조가 세계 탁구의 벽 앞에 멈춰 섰다.

2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임종훈-신유빈 조는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에 0-3(10-12 6-11 14-16)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트 스코어로는 완패였지만, 내용 면에서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특히 1세트와 3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안정적인 수비와 공격 전환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 중국 조를 맞아 선전했지만, 고비마다 집중력과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1세트 초반 임종훈의 드라이브 공격과 신유빈의 수비 조화가 빛나며 2-0 리드를 잡았으나, 중국 조의 반격에 4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흐름이 흔들렸다.
팽팽한 시소게임 끝에 10-9로 먼저 게임 포인트를 잡았지만, 이후 듀스를 허용했고 연속 득점을 내주며 결국 10-12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 역시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다. 6-6 동점 상황에서 쑨잉사의 날카로운 포핸드 공격에 연속 실점을 당했고, 후반에는 리시브 범실이 잇따르며 6-11로 무릎을 꿇었다.
3세트에서는 4-9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를 끈질기게 좁혀 8-9로 따라붙은 뒤, 결국 13-13의 듀스를 만들어내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14-15에서 신유빈의 포핸드 공격이 빗나가며 마지막 기회마저 무산됐고, 경기는 그대로 0-3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결과로 임종훈-신유빈 조는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준결승 진출로 공동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3·4위전 없이 준결승 탈락자에게 공동 동메달이 수여된다.

이 동메달은 두 선수에게 모두 큰 의미가 있다. 세계선수권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신유빈이 함께 따낸 첫 메달이며, 신유빈에게는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이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다.
신유빈은 2023년 더반 대회에서 전지희(은퇴)와 여자복식 은메달을 합작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와 함께 여자복식 4강에 올라 또 하나의 동메달을 확보한 상태다.
경기 후 신유빈은 “1게임과 3게임 모두 작전 하나가 밀려 패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임종훈 역시 “고비도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혼합복식에서 메달을 딸 수 있어 기쁘다.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분 좋다”며 대회 소감을 밝혔다.
두 선수가 패한 왕추친-쑨잉사 조는 현재 세계 최강 혼합복식 조로 평가받는다. 왕추친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탁구는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한국의 성장세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특히 혼합복식 조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임종훈-신유빈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느껴진다”고 존중을 표했다.
한편, 신유빈은 단식 16강에서도 세계 1위 쑨잉사(중국)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으나 2-4(8-11 11-7 6-11 5-11 12-10 10-12)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게임을 11-7, 12-10으로 따냈고, 6게임 중 두 게임이 듀스로 이어질 만큼 치열한 승부였지만,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로써 신유빈은 혼합복식과 단식 모두 아쉬운 탈락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러나 두 경기 모두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의 팽팽한 접전이었기에,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아직 대회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신유빈은 유한나와 함께 나서는 여자복식 4강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이제 후회는 없어야 한다. 언니랑도 작전을 잘 짜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달아 마주한 패배는 아쉽지만, 그 안에서 빛난 투혼과 성장의 흔적은 한국 탁구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신유빈과 임종훈이 흘린 땀방울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탁구 팬들이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낼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