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기간만 무려 10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져 외국에서 '초대박' 터진 한국 영화

2025-05-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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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 봉준호의 '기생충'도 뛰어넘어

국내 단독 제작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누적 수익 6000만 달러(약 822억 원)를 돌파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중 일부 / '사과씨네집' 유튜브
'킹 오브 킹스' 예고편 중 일부 / '사과씨네집' 유튜브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킹 오브 킹스'는 지난 22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북미에서 총 6003만 달러(약 825억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서 단독 제작한 영화 가운데 북미에서 최고 수익을 올린 기록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전례 없는 성과다.

해당 영화는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봉 17일 만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운 북미 최종 수익을 넘어섰다. 이로써 '킹 오브 킹스'는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단독 제작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킹 오브 킹스'는 CG/VFX 전문 기업 ㈜모팩스튜디오 대표인 장 감독이 30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본과 연출을 맡아 제작됐다. 제작에는 총 10년이 소요됐다. 순수 국내 기술력과 자본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킹 오브 킹스' 중 일부 / '사과씨네마' 유튜브
'킹 오브 킹스' 중 일부 / '사과씨네마' 유튜브

북미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팝콘 지수 98%를 기록했으며, 시네마스코어에서는 최고 등급인 A+를 받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입증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킹 오브 킹스'는 다음 달 1일 오후 3시(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 문화 센터인 케네디 센터에서 특별 상영될 예정이다. 클래식, 오페라, 발레 등 전통 예술 공연의 중심지인 케네디 센터에서의 상영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킹 오브 킹스'는 북미를 포함한 전 세계 50개국에서 상영 중이며, 2025년 연말까지 약 90개국에서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올여름 극장 개봉이 예정돼 있다.

■ 급부상 중… 한국 애니메이션

한편, 최근 K애니메이션(K애니)이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국내 극장가에서 K애니는 유아용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실사 콘텐츠와 달리 배우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없고 디즈니·픽사·지브리 등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관객의 관심도 낮았기 때문이다.

'이 별에 필요한' 공식 예고편 중 일부 / Netflix Korea
'이 별에 필요한' 공식 예고편 중 일부 / Netflix Korea

그러나 최근 K애니의 위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북미 극장가 진출은 물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제작에 나선 장편 K애니도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오는 30일 한지원 감독의 신작 ‘이 별에 필요한’을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한다. 해당 작품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잠시 내려놓은 제이가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야기를 다룬다.

업계에서는 작품의 성공 여부가 K애니 제작 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웹툰 등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으나 애니메이션 제작 인프라 부족으로 일본 등에 제작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개봉한 오컬트 애니메이션 ‘퇴마록’도 K애니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우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해당 작품은 김동철 감독의 연출 아래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원작 고증, 독창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성인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 50만 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제작비 절감 측면에서도 K애니는 실사 영화에 비해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비는 1000억 원을 넘기도 하지만, 국내 애니는 보통 30억~60억 원 수준”이라며 “실사보다 적은 예산으로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K애니의 약진은 뚜렷하다.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장편 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되지 않은 반면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한국인 감독의 해당 부문 첫 진출 사례다.

국내 유명 감독들의 애니메이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봉 감독은 영화 ‘미키 17’ 이후 차기작으로 심해 생물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만추’, ‘원더랜드’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연극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꼭두’를 연출하고 있다.

‘퇴마록’을 제작한 로커스의 홍성호 대표는 “팬덤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강화되는 만큼, 우수한 IP 기반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K애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퇴마록' 공식 예고편 중 일부 / 'LOCUS Animation Studios' 유튜브
'퇴마록' 공식 예고편 중 일부 / 'LOCUS Animation Studios' 유튜브
home 용현지 기자 gus8855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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