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만 찾는 줄 알았는데...MZ세대 입맛 사로잡고 인기 폭발이라는 '한국 음식'

2025-05-2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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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주를 줘 20-30대 인기 음식으로 떠올라

한때는 ‘아저씨들만 먹는 음식’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진한 국물에 돼지 냄새, 뽀얀 기름막, 보기만 해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엔 고개 돌리던 20대들이 인증샷 먼저 찍는다. 냄새나서 피하던 음식이, 지금은 '힙한 다이닝'이 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VTT Studio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VTT Studio

순댓국의 뿌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형태는 ‘선지국’으로, 피를 응고시켜 끓인 국물에 우거지와 무를 넣어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돼지고기를 넉넉히 쓸 수 없던 시절, 피와 부산물을 활용해 단백질을 섭취하던 지혜였다. 1950년대 이후 피순대가 널리 퍼지고, 곱창과 머리고기 등 부속 부위를 활용한 국밥 형태가 대중화되면서 지금의 순댓국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허름한 식당에서 주로 팔리던 ‘노동자 음식’ 이미지가 강했다. 뽀얀 국물에 다대기 풀고 깍두기 한 입 올리는 식사. 5천 원 한 장이면 한 끼 해결되는, ‘빠르고 배부른 음식’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젊은층에겐 구수한 냄새가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었고, ‘아저씨 음식’이라는 낙인이 오래도록 따라붙었다.

◈ ‘크림순댓국’ 등장…MZ가 사랑한 고소한 국밥

하지만 요즘 순댓국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식당도 있지만, 서울 연남동과 성수동 등지에선 ‘크림순댓국’이나 ‘트러플 순댓국’ 같은 메뉴가 등장하며 MZ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뽀얀 국물에 크림을 넣어 진득하고 고소한 풍미를 살리고, 바게트를 곁들이거나 브리오슈와 함께 먹는 방식도 있다.

순대국 / mnimage-shutterstock.com
순대국 / mnimage-shutterstock.com

순대도 진화했다. 피순대 대신 바질, 치즈, 잡곡 등을 넣은 순대가 메뉴에 등장했고, 국물에는 부추 오일이나 칠리 오일을 떨어뜨려 색감과 향을 더한다. 반찬도 달라졌다. 전통 깍두기 대신 트러플 소금에 절인 무, 유자절임 같은 것이 나온다. 국밥이라는 이미지가 ‘힙한 다이닝’의 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주는 단순 유행을 넘어, 전통 음식의 경계와 경직된 조리 방식에 대한 도전으로 읽힌다. 구수한 맛에 크림을 섞으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밥도 분위기 있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일으킨다.

◈ 전통과 새로움 사이…이제는 ‘선택의 시대’

빨간 국물의 순대국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빨간 국물의 순대국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물론 모든 순댓국이 다 ‘크림화’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포장마차 골목에서는 양념 다대기를 풀어낸 진한 국물과 당면순대, 부속고기를 푸짐하게 담은 옛 스타일이 살아 있다. 진한 전통 순댓국을 찾기도 하고, 재해석된 메뉴를 퓨전 음식처럼 즐기기도 한다.

순댓국은 더 이상 '어르신 전용' 음식이 아니다. 변화는 소비층의 확장을 불러왔고, 전국 곳곳의 국밥 브랜드가 브랜드화·프랜차이즈화되고 있다. SNS 인증샷, 크림폼 비주얼, 신메뉴 출시 등 국밥은 지금도 MZ와 함께 ‘재발견’ 중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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