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일냈다...한국 탁구 간판 신유빈, 가슴 벅찬 소식 전해졌다

2025-05-25 12:21

add remove print link

1993년 현정화 이후 32년 만에 혼복·여복서 동메달 수확
남자 포함 시 2017년 이상수 이후 8년 만에 첫 멀티 메달

한국 여자탁구의 ‘에이스’ 신유빈(21·대한항공)이 마침내 세계선수권에서 역사를 썼다.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동메달 두 개를 획득하며, 무려 32년 만에 한국 여자선수가 단일 대회에서 두 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현정화 이후 처음이다.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선수가 2024년 8월 2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 중국 첸멍 선수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선수가 2024년 8월 2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 중국 첸멍 선수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신유빈은 25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와 짝을 이뤄 루마니아의 베르나데트 쇠츠–오스트리아의 소피아 폴카노바 조와 맞붙었다. 팽팽한 접전 끝에 2-3으로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공동 3위에게 주어지는 동메달을 확보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앞서 혼합복식에서도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호흡을 맞춰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은 이번 대회를 동메달 2개로 마감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성적을 넘어 한국 여자탁구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 현정화가 여자단식 금메달, 혼합복식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32년 만에 나온 멀티 메달 기록이기 때문이다.

여자복식 4강에 오르기까지 신유빈-유한나 조의 상승세는 인상적이었다. 2개월 전 결성된 신생 복식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첸나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찰떡같은 호흡을 바탕으로 4강까지 올랐다.

그러나 준결승전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1게임을 5-11로 내주며 흔들렸지만, 2게임을 11-8로 따내 반전을 예고했다. 이후 3, 4게임을 주고받으며 승부는 5게임으로 이어졌고, 6-6에서 범실로 연속 3실점을 허용, 결국 9-11로 석패했다. 결승 진출은 아쉽게 놓쳤지만, 동메달은 값진 성과다.

신유빈과 유한나가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4강 소피아 폴차노바(오스트리아)-베르나데트 소츠(루마니와)과 경기에서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신유빈과 유한나가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4강 소피아 폴차노바(오스트리아)-베르나데트 소츠(루마니와)과 경기에서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2023년 더반 대회에서 전지희와 함께 여자복식 은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2회 연속 세계선수권 개인전 메달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전지희가 은퇴한 뒤 새로운 파트너 유한나와 손발을 맞춘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라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신유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뛰어난 파트너들을 만난 덕분에 이렇게 큰 대회에서 메달을 두 개나 따낼 수 있었다”면서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았던 메달들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번 메달의 가치도 그에 못지않다”고 밝혔다. 이어 “22일 하루에 메달이 2개나 확정돼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손목 통증과 슬럼프도 있었지만, 내가 해온 노력을 믿었다. 노력의 결과물이 세계선수권 메달로 돌아온 것 같다”고 감회를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신유빈은 여자단식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월드컵 2연패의 주인공 쑨잉사(중국)를 상대로 2-4로 패했지만, 내용은 달랐다. 2년 전 더반 대회에서는 쑨잉사에게 0-4로 완패했지만, 이번에는 두 게임을 따내고 접전 끝에 듀스까지 가는 등 성장된 경기력을 증명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의 활약으로 신유빈은 남자 선수를 포함해도 8년 만에 멀티 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가 됐다. 2017년 독일 뒤셀도르프 대회에서 이상수가 단식과 복식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이후 처음이다. 단지 개인 성과를 넘어, 한국 탁구가 다시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임종훈과 신유빈이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임종훈과 신유빈이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현정화 수석부회장(당시 선수)은 1993년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부에선 유남규와 함께 복식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신유빈은 이제 그 계보를 이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직 21살에 불과한 그가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한국 탁구 팬들의 기대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신유빈은 “지금처럼 나 자신을 계속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세계선수권 일정을 마무리했다. 성과도, 성장도 모두 담아낸 이번 대회는 그에게도, 한국 탁구에게도 중요한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