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55cm...백령도 해상서 사체로 떠올라 충격 안긴 멸종위기 동물
2025-05-2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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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대한민국에서 자생하는 유일한 물범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상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의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8분께 인천 옹진군 백령면 고봉포구 해상에서 훼손된 점박이물범의 사체가 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은 길이 155㎝, 둘레 120㎝, 무게 65㎏에 달하는 물범 사체를 확인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옹진군에 인계했다.
해경은 현장에서 금속탐지기를 활용해 사체를 살펴본 결과, 불법 포획에 따른 인위적 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 등은 전했다.
사체로 발견된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해양보호생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양 포유류다. 특히 인천시에서는 이 생물을 지역의 생태적 상징으로 삼아 ‘시 깃대종’으로 지정하고 보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식육목 물범과에 속하는 회유성 포유류로, 겨울철에는 중국 랴오둥만에서 번식한 후 3월부터 11월까지는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서식한다. 백령도 연안은 까나리와 노래미 등 먹잇감이 풍부해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로 꼽히며, 해마다 300마리가 넘는 개체가 찾아오는 것으로 보고된다.
지난해(2024년) 백령도에서 하루 최대 점박이물범이 관찰된 시점은 9월 19일로, 총 283마리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2023년 같은 시기의 324마리에 비해 다소 감소한 수치다. 인천녹색연합은 지역 주민의 참여로 점박이물범의 서식 실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드론 촬영과 해상 관찰을 병행해 개체 수와 분포 양상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까지는 백령도 하늬바다 일대가 가장 큰 서식지로 꼽혔으며,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점박이물범 100마리 이상이 관찰된 날이 총 13일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8월 25일에는 무려 186마리가 한꺼번에 하늬바다에 머물러 주목을 받았다. 첫 무리는 2월 22일에 도착해 하늬바다 6마리, 연봉바위 8마리 등 총 14마리가 관찰됐고, 대부분의 개체는 번식을 위해 12월 초 백령도를 떠났다.
점박이물범은 물속에서는 유려하게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하지만, 육지 위에서는 뒤뚱거리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대비를 이루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이를 계기로 옹진군은 인공 쉼터 설치와 생태관광센터, 전망대 조성 등을 통해 서식 환경 보호와 동시에 생태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점박이물범은 백령도의 대표 캐릭터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천시 해양수산국에 따르면 점박이물범의 생태적 보전 가치는 연간 약 3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순한 보호 대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한편 백령도뿐 아니라 인근의 대청도와 소청도에서도 점박이물범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청도 갑죽도와 소청도 등대 아래 바위 인근에서도 2~8마리의 물범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같은 해 2월 말에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새끼 점박이물범이 주민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점박이물범의 국내 서식은 일부 해역에 집중돼 있으며, 전체 개체 수가 1,500마리 안팎에 불과한 현실에서 단 한 마리의 죽음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체 발견은 그 상징성과 희소성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며, 향후 점박이물범 보호 대책과 해양 생태계 보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오염, 기후변화, 인간과의 접촉 증가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이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나 먹이 환경 변화는 장기적으로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점박이물범의 싸늘한 죽음은 단순한 해양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태적 책임을 얼마나 다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