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 살면 부자 되기 힘든 이유
2025-06-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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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 부른 소비의 늪…신도시 육아맘의 고백

"남들처럼 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내 통장만 텅 비는 걸까요?"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한 육아맘의 신도시 생존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얘기가 될 수 있다.
신도시 거주 3년 차라는 주부 A 씨는 "처음 이사 올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깨끗한 도로, 새 아파트, 트렌디한 상권, 깔끔한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라며 "특히나 애 키우기 너무나 좋고 남편 출퇴근 거리도 괜찮았다"며 운을 뗐다.
그런데 은행 잔고는 제자리였고, 1년이 넘어서는 저축은커녕 마이너스 통장이 됐다. 신도시에서는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으니 오히려 덜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신도시에 살면 돈이 모이지 않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비슷해 보여도 생활 수준이 다르다
A 씨는 "신도시에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며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해 보인다"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같은 커뮤니티 앱을 쓰고, 같은 상가에서 장을 본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똑같이 애 키우고 사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득수준도 다르고 미래에 대한 대비 능력도 차이 난다"며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깔끔하고 세련된 동네 분위기에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활 수준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소소한 카페 한 번, 아이 친구 생일 선물 한 번, 무심코 결제했던 마켓컬리 한 박스가 모여서 월말엔 통장이 텅텅 비게 된다는 것.
우리 애들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A 씨는 또 "신도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아이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같은 나이 또래, 같은 반 친구, 같은 놀이방을 다니는 아이들이 사방에 있다"며 "그런데 그 아이들이 너무 '잘 꾸며진' 상태라는 점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들 브랜드 옷을 입고, 인기 캐릭터 학용품을 쓰고, 생일에는 온갖 풍선 장식을 하고, 각종 학원도 빠짐없이 시킨다. 사실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게 딱히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동네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웠다"며 "그런데 여기 애들은 나보다 더 좋은 브랜드 옷을 입고 있다"고 털어놨다.
우르르 다 같이 하원하는 시간이면 유난히 후줄근한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결국 머리핀 하나라도 사주게 되고 소비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애가 괜히 작아 보이는 이 느낌, 아이 많은 신도시에서 특히 그 감정이 더 선명하게 찾아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프라가 좋은 것이 함정

A 씨는 "신도시는 확실히 편리하다. 도보 5분 안에 카페, 빵집, 헬스장, 미용실, 병원, 문구점, 학원, 심지어 키즈카페까지 있다"며 "바로 그 '편리함'이 함정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커피 하나만', '애가 심심해하니까 키즈카페나 갈까', '동네에 새로 생긴 빵집이라는데 구경만 해보자' 이렇게 조금씩 돈을 쓰게 된다"며 "예전에는 원하는 곳에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했는데, 지금은 도보권으로 웬만한 것이 다 해결되니 그만큼 지출의 유혹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보니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매일 소비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는 것.
A 씨는 "신도시에 산다고 모두가 돈을 못 모으는 건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지출을 관리하며 살아간다"며 "하지만 신도시의 분위기는 누구든 소비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특히나 나처럼 남들과 비교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더더욱"이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