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로 먹을 정도로 유명했는데... 하루아침에 법으로 유통마저 금지된 식물

2025-05-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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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유발 연구결과로 찬란했던 영광 잃은 식물

꼭두서니 / '텃밭친구' 유튜브
꼭두서니 / '텃밭친구' 유튜브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일상에 늘 함께해왔다가 갑자기 유통이 금지된 식물이 있다. 하트 모양의 잎과 붉은 뿌리를 자랑하는 이 식물의 이름은 꼭두서니다. 붉은색 염료와 약재로 사용되며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렸던 꼭두서니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겸비한 자연의 선물이었다. 그러다 2004년 신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로 인해 식품첨가물로서의 영광을 잃었다.

꼭두서니는 꼭두서니과 꼭두서니속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산야와 구릉지에서 자생한다. 습지를 제외한 다양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약 1m 정도까지 자라며 네모진 줄기와 잔가시가 특징이다. 줄기의 능선에는 아래를 향한 짧은 가시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거칠거칠한 느낌을 준다. 잎은 4개씩 돌려나기 하지만, 그중 2개는 정상엽이고 나머지 2개는 탁엽(잎자루에 붙은 작은 잎)이다. 하트 모양의 잎은 끝이 날카롭고, 잎자루와 뒷면 맥 위에 잔가시가 있다.

꼭두서니 / '텃밭친구' 유튜브
꼭두서니 / '텃밭친구' 유튜브

꽃은 7~8월에 피며, 연한 황색으로 잎겨드랑이와 원줄기 끝에 원뿔 모양의 꽃차례로 작은 꽃들이 무리 지어 핀다. 꽃자루는 짧고, 꽃부리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꽃잎은 창 모양으로 끝이 날카롭다. 열매는 장과로, 둥글고 2개씩 쌍으로 달리며 9~10월에 검게 익는다. 특히 황적색을 띠는 뿌리는 예로부터 붉은색 염료와 한약재로 널리 사용됐다.

꼭두서니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 초기에는 이두 향명으로 ‘우읍두송(牛邑豆訟)’이나 ‘고읍두송(高邑豆訟)’이라 불렸으며, 이후 ‘곡도숑’, ‘꼭도손’을 거쳐 ‘꼭두서니’로 정착했다. ‘곱도’는 ‘곡두’, 즉 ‘꼭두각시’의 옛말이고, ‘숑’은 창포 뿌리를 뜻하는 옛말이다. 이는 귀신이 곡할 정도로 색깔이 강렬하고, 창포처럼 염료로 사용되는 식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꼭두선이’, ‘가상자리’, ‘천(茜)’, ‘천초(茜草)’, ‘천근(茜根)’, ‘모수(茅蒐)’ 등이 있다.

고려시대 중국어 학습서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에는 ‘곡도숑’으로 기록됐으며, 조선시대 문헌인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서는 천초가 함경도에서 나는 약재로, 특히 천초근은 평안도의 공물로 지정됐다고 전한다. 이는 꼭두서니가 이미 오래전부터 약재와 염료로 중요한 가치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꼭두서니는 예로부터 염료와 약재로 폭넓게 활용됐다. 뿌리에는 붉은색과 황색을 띠는 색소가 포함돼 있어 염색 재료로 인기가 많았다.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견된 목면을 통해 꼭두서니 염색은 기원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부터 붉은색 옷감을 염색하는 데 사용됐으며, 고려시대부터 문헌에 그 명칭이 등장한다.

꼭두서니 / '산야초나라 TV ' 유튜브
꼭두서니 / '산야초나라 TV ' 유튜브

염색 과정은 정교했다. 붉은색을 얻기 위해서는 뿌리의 황색 색소를 먼저 제거해야 했다. 전통적으로 흰쌀밥을 약간 쉬게 한 뒤 꾸들꾸들하게 말려 염액에 넣고 두세 시간 끓이면, 밥알이 황색 색소를 흡착해 제거할 수 있었다. 이후 남은 염액으로 염색하면 붉은색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꼭두서니는 색소 함량이 적어 많은 양의 뿌리가 필요했고, 홍화에 비해 붉은색이 덜 선명해 주로 기물, 말의 털, 깔개 등을 염색하는 데 사용됐다. 반면, 궁중에서는 왕실 옷감과 실을 염색할 때 홍화를 선호했다.

약재로는 뿌리(천근)와 줄기(천초경)를 사용했다. 한방에서는 혈액순환 촉진, 항암 작용(식도암, 자궁암, 백혈병 등), 신장 및 방광 결석 용해, 강정 작용, 잇몸 통증 완화, 소변 배출 촉진, 만성기관지염 및 염증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쌈이나 무침으로 먹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은 편지에서 국화, 쪽나무, 꼭두서니 등을 가꾸라고 당부하며, 그 약효와 염색성을 높이 평가했다.

꼭두서니 뿌리 / '이여사 - 이 여자가 사는 법' 유튜브
꼭두서니 뿌리 / '이여사 - 이 여자가 사는 법' 유튜브

어린순은 데쳐서 나물로도 먹었다. 쓴맛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꼭두서니는 여러모로 사랑을 받았지만 2004년 일본 후생노동성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로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일본 식품안전위원회의 동물실험 결과, 꼭두서니 뿌리 색소에 신장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꼭두서니 색소의 식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한국 식약청도 이를 따라 식품 첨가물 사용을 금지했다.

당시 꼭두서니 색소는 일본에서 햄, 소시지, 양갱 등의 착색제로 널리 사용됐으나, 한국에서는 이를 제조하거나 사용한 가공식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본산 양갱 5만 킬로그램과 중국산 당류 가공품 75kg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식약청은 해당 색소와 이를 포함한 모든 가공식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미 유통된 제품은 3개월 내 회수 조치를 취했다. 또한 식약청은 전국 약재상을 조사해 금지된 천초근(꼭두서니 뿌리)을 유통한 수십 개 업소를 적발했다.

이 조치로 꼭두서니는 식품 첨가물과 약재로서의 사용이 크게 제한됐다. 뿌리뿐만 아니라 줄기, 열매, 나물로의 식용도 안전성 우려로 권장되지 않는다.

오늘날 꼭두서니는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염료로는 전통 공예나 소규모 작업에서만 사용된다. 식용이나 약재로는 안전성 우려로 인해 권장되지 않으며, 특히 뿌리 사용은 법적으로 완전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일부 국민이 꼭두서니를 식용으로 섭취하는 게 사실이다. 전초로 술을 담가 먹는 문화도 잔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꼭두서니는 덩굴식물로, 줄기와 잎에 잔가시가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달라붙는다. 이는 꼭두서니가 숲가나 구릉지에서 다른 식물이나 구조물에 기대어 자라는 데 유리하다. 뿌리는 수염뿌리로 비대하며, 황적색을 띤다. 꽃은 연한 황색으로, 4~5개로 갈라진 꽃부리가 특징이다. 열매는 2개씩 쌍으로 달리며, 검게 익은 모습이 독특하다.

꼭두서니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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