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잃고 구조된 3마리...9개월 만에 자연으로 돌아간 '멸종위기 동물'
2025-05-2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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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최상위 포식자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맹수
9개월 전, 어미를 잃고 고철 처리장에서 발견된 어린 삵 3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경기도는 지난 27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삵(Prionailurus bengalensis) 3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이천의 한 고철 처리장에서 구조됐으며, 이후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집중 치료와 적응 훈련을 받아왔다.
삵은 흔히 ‘살쾡이’로도 불리는 야생 포식자로,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맹수다. 삵은 덩치는 작지만,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하다. 들쥐, 조류, 물고기 등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며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평택에 위치한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영양실조와 탈진 상태로 구조된 삵 3마리를 집중치료실(ICU)로 이송해 수액 및 약물 치료를 시행했다. 이와 함께 인공포유를 통해 체력을 회복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1마리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지만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
경기일보에 따르면 이후 삵들은 자연복귀를 위한 사육 환경에서 사냥과 생존 훈련을 받았다. 센터는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갖춘 사육장에 삵들을 합사시키고, 직접 먹이를 찾아먹는 사냥 훈련을 진행했다. 적응이 끝난 시점은 먹이가 풍부한 계절로, 야생 복귀에 가장 적합한 시기였다. 복귀지는 경기도 내 비봉습지공원으로, 생태 전문가와 관련 기관 협의를 거쳐 선정됐다.
이연숙 경기도 동물복지과장은 “삵과 수달 같은 최상위 포식자의 존재는 생태계 건강성의 상징”이라며 “경기도는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보호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2021년부터 매년 2~3마리의 삵을 구조해 치료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전국 유일하게 평택과 연천에 총 두 곳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운영 중이며, 구조된 동물의 치료 및 재적응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삵의 외형은 얼핏 들고양이와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분명한 차이를 지닌 토종 야생동물이다. 몸길이는 약 50cm로 비교적 작고, 등은 갈색이나 누르스름하며 몸과 꼬리에는 검은 반점이 흩어져 있다. 이마에는 검은 줄무늬와 흰색 무늬가 교차하고, 끝이 둥근 짧고 도톰한 꼬리는 삵 특유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다.
고양잇과 동물 대부분이 물을 꺼리는 반면, 삵은 예외적으로 수영에 능하고 강이나 하천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사냥 활동을 펼친다. 오리나 기러기 같은 수조류를 사냥할 때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강의 물고기 역시 주요 먹잇감 중 하나다. 이처럼 육상과 수중을 넘나드는 사냥 능력은 삵이 가진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던 삵은 한때 사냥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쥐약과 같은 화학약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간접 피해도 심각했다. 1998년 환경부는 삵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이후 전국 곳곳에서 복원과 보호 노력이 시작됐다.
오늘날에도 삵의 개체 수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서식지 단절과 도시화, 도로 건설 등이 주요 위협 요소로 지목된다. 생태계 내 위치를 감안할 때, 삵의 보전은 단순히 한 종의 보존을 넘어 생물다양성 유지와 연결된 문제다.
삵은 호랑이나 표범처럼 위압적인 대형 맹수는 아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종이다. 실제로 삵이 서식한다는 사실은 해당 지역에 먹이와 은신처가 존재하며, 먹이사슬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 남은 마지막 고양잇과 맹수인 삵이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간 이번 사례는 생태계 복원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더 많은 이들이 삵의 생태적 가치를 인식하고, 생태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관심을 기울일 때, 이러한 복귀 사례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간 세 마리의 삵은 단지 한 종의 복귀가 아닌, 인간과 자연 사이를 잇는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