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의 카메라, 45년 만에 밝혀진 ‘오월의 아침’
2025-05-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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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의 카메라, 45년 만에 밝혀진 ‘오월의 아침’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980년 5월 광주의 긴박했던 순간을 시민의 눈으로 담은 미공개 영상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8㎜ 필름 영상을 공개하는 시사회를 열었다.
이 영상은 1980년 5월 21일 오전 10시경부터 정오 무렵까지 금남로 일대에서 촬영된 약 6분 분량의 기록이다. 헬기와 군용 수송기, 화염 속 방송국,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 거리에서 벌어지는 시위 장면까지, 당시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이 영상은 외신이나 군이 제작한 자료들과 달리, 한 시민이 가톨릭센터 앞 구조물 위에서 촬영한 독특한 시점이 돋보인다. 시위대 내부의 긴장감, 시민들의 결속, 장면마다 포착된 움직임은 당시 광주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손수레에 실린 시신을 지키는 시민, 최루탄 속에서 이어지는 저항, 자발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 등은 강한 울림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영상은 집단발포 직전 계엄군의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포착하며, 군 작전 흐름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실탄 분배 추정 시점, 헬기 배치, 군 장비 준비 과정 등은 진상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기록관은 해당 영상을 디지털 복원해 교육·전시·연구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김호균 기록관장은 “시민의 시선으로 담긴 이 영상은 5‧18의 살아 있는 증언”이라며 “당시를 직접 기록한 유일무이한 자료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340초 분량에 담긴 진실은 그날의 시민 공동체와 오월의 정신을 다시 깨우쳐주는 귀중한 조각”이라며 “광주는 죽음의 도시에서 민주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영상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증거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진실 추적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