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당 20만 원 넘는데...임진강서 '49마리' 무더기로 잡힌 귀한 물고기
2025-05-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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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당 15~20만 원 이상 호가하는 귀한 어종
복어류 중 최고가 어종으로 임진강에서 잡히는 고급 생선
임진강과 한강의 봄철 진객으로 불리는 ‘황복’이 올해도 어김없이 제철을 맞았다. 회귀성 어종인 황복이 서해에서 돌아오는 시기에 접어들며, 파주와 고양 등 경기 북부 지역 어부들은 매년 이맘때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그물마다 씨알 굵은 황복이 무더기로 포획되고 있어 어민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황복은 일반 복어류와 달리 몸 옆면에 황금색 선이 선명히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임진강과 한강에서 부화해 서해로 나가 3~5년 동안 자란 뒤, 산란을 위해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이다. 이 때문에 봄철 밀물 때면 황복은 강을 거슬러 파주 임진강 중류, 서울 잠실수중보 일대까지 올라온다. 자연산 황복이 잡히는 국내 유일의 수역으로, 임진강과 한강 하구가 꼽히는 이유다.
황복 어획은 4월 중순 무렵 하루 한두 마리씩 시작돼, 5월에 접어들며 절정에 이른다.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초까지는 하루 20~30마리까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하루 10여 마리 수준에서 서서히 조업량이 증가하는 중이다.
황복은 그 맛으로도 예로부터 유명하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황복을 ‘하돈(河豚·강의 돼지)’이라 부르며 그 맛을 극찬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황복은 얇게 썬 회, 맑은탕, 매운탕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되며,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인 생선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희소성과 계절성을 더해 1kg당 20만 원대를 호가하는 고급 어종으로도 이름이 높다.
그러나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생선이기도 하다. 황복은 독성이 있는 복어류로, 알·내장·피 등에는 치명적인 맹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이 함유돼 있다. 이 독은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0.2mg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복어 조리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만 손질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으며, 반드시 허가된 업장에서 섭취해야 한다.
한때 황복은 남획과 수질 오염 등으로 자취를 감출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황복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임진강과 한강에서의 황복 자원은 고갈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1997년부터 경기도와 파주·김포·고양 등 지자체가 어민들과 함께 황복 치어를 방류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현재까지 28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방류 사업의 효과로 황복 개체 수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지난해 봄에는 유례없는 황복 풍어가 기록되기도 했다.

올해도 그 기세는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에는 최근 임진강 황복 조업 현장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엄청난 크기의 민물장어! 이렇게 큰 녀석은 저도 첨보네요 ㄷㄷ”는 제목의 영상에는 한탄강 청년 어부와 유튜버가 함께 황복을 그물로 낚는 장면이 등장했다.
영상 속 유튜버는 “지금 임진강은 봄을 맞아 귀한 황복이 한창 잡히고 있다”며 “이 생선은 어민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효자 어종’으로 불릴 만큼 가치가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상 속 첫 번째 그물에서는 700~800g에 달하는 씨알 굵은 황복이 연이어 잡혀 올라왔고, 유튜버는 “이게 바로 임진강 자연산 황복”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튜버는 이어 “황복은 산란을 위해 기수지역을 찾아와 이 시기 한정으로 민물에서 만날 수 있는 정말 귀한 어종”이라며 “황복 조업은 대개 5월 말쯤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목표량은 약 30kg이었고, 최종 어획 결과는 49마리. 어획량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해당 영상에는 누리꾼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주로 황복이 많이 잡히나 보네요… 통통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화면에 황복이 꽉 차니까 우와 소리가 절로 나네요”, “황복 진짜 크네요…”, “황복 씨알들이 크네요 ㄷㄷㄷ”, “황복 49마리 잡으셨네요 놀랍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네요”, “크기가 엄청나네요…”, “어족 자원이 풍부해지면 좋겠습니다” 등 감탄과 응원의 댓글이 쏟아졌다.
황복은 단순히 고급 식재료를 넘어선, 지역 생태와 어민 생계, 그리고 수산 정책의 결실이 응축된 어종이다. 임진강과 한강 하구의 생태 회복 노력과 어족 자원 보존 사업이 없었다면 이 귀한 물고기를 다시 접하는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매년 봄, 강물 속을 유영하며 다시 돌아오는 황복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만든 공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진강의 맑은 물살을 가르며 황금빛 몸을 드러내는 황복의 귀환은, 어민들에겐 생계의 활력이며, 도시인들에겐 봄의 소중한 계절감을 전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