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사실 한국 특정 지역서만 자란다는 대반전 '멸종위기' 식물

2025-05-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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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고산 생태계의 마지막 수호자

겉으로는 평범한 침엽수처럼 보일지 몰라도,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고산 식물이 있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구상나무 심는 사람들. 자료사진. / 뉴스1
구상나무 심는 사람들. 자료사진. / 뉴스1

그 주인공은 바로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를 통틀어 오직 한반도 중남부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한다. 주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무등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지에서 군락을 이루며 살아간다. 특히 한라산은 세계 최대의 구상나무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형태적으로는 높이 18m, 수관폭 8m까지 자라는 상록 침엽수로, 잎은 도피침상 선형이며 잎 뒷면에 두 줄의 흰 기공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한그루 식물로, 꽃과 열매는 분홍색, 자주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띠며 매우 독특한 생김새를 지녔다.

문제는 이 나무가 지금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구상나무를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으며, 최근 20년간 국내 구상나무 고사율은 33%를 넘겼다. 특히 한라산에서는 2015년 기준으로 2006년 대비 분포 면적이 15% 이상 줄었고, 지리산에서도 평균 37%의 고사율이 보고됐다. 단기간 내에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구상나무. 자료사진. / 연합뉴스
구상나무.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러한 급감의 배경에는 기후변화라는 큰 틀이 자리잡고 있다. 겨울철 적설량이 줄고 봄철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생육 조건이 급격히 나빠졌고, 수분 부족에 따른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있다. 한라산처럼 이미 극한 환경에 놓인 고산 생태계에서는 이 작은 변화조차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여기에 외래식물인 제주조릿대의 확산,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병해충, 곤충 피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존 환경은 더욱 좁아졌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와 함께 지난 2022년 전북 무주군 일대에 1591그루 규모의 현지외 보존원을 조성했다. 이는 자생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 보존지를 만들어 종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이 보존지에는 'DNA 최적 배치방식'이라는 과학적 기법이 도입됐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끼리는 멀리 떨어뜨려 심고, 고도와 개체 연령 등 생육 조건까지 정밀하게 조정한 것이다.

자료사진. 구상나무. /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상나무. / 연합뉴스

그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3년에 걸친 모니터링 결과, 묘목 생존율은 무려 96%에 달했다는 소식이 지난 26일 전해졌다. 특히 3년차에는 나무 크기가 1년차보다 10배나 커졌고, 이는 단순히 환경이 좋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과학적인 복원 방식이 효과를 입증한 사례로 해석된다. 산림과학원 측은 이를 바탕으로 무주 지역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복원재료 공급원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복원이 성공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지외 보존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실제 생태계 안에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생지 자체의 환경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이 없다면, 어떤 과학적 복원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구상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고산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핵심축이자, 생물다양성의 상징이다. 또한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관상적·산업적 가치까지 인정받는 자원이기도 하다. 지금 이 종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식물 하나의 보전이 아니라, 한국 자연 전체를 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유튜브, 숲해설가 숲이야기 김포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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