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국인들 조합인 줄 알았는데…'의외의 나라'에서 열풍
2025-05-28 11:35
add remove print link
상대적으로 숙취가 덜해 인기를 끌어
한국 소주가 이제 필리핀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K-드라마와 K-팝 인기가 높아지면서 콘텐츠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대표적으로 인지도를 끌고 있다. 현지 업체가 진로 가격의 60% 수준인 소주 ‘쏘나이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소주=진로’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초기 한인 중심 유통에서 벗어나 필리핀 현지 유통망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필리핀 주류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공략하며 진로를 대중화시켰다. 퓨어골드를 비롯해 세이브모어, SM 슈퍼마켓,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했고,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앤스피릿과 손잡고 전국 400여 유통 거점을 중심으로 가정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의 MD 마리 필 레예스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삼겹살과 소주 문화를 접한 현지 소비자들이 실제로도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필리핀 소비자들이 한국 드라마와 K-팝 스타 아이유 등에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류 기반 소주 확산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트진로는 마닐라에 6명의 MD 직원을 두고 유통 채널에서 제품 진열, 클레임, 시장 변화 등을 수시로 파악하며 대응 중이다.
필리핀 중산층이 자주 찾는 창고형 할인점 S&R의 시니어 바이어 니코는 소주를 들여온 이유로 K-콘텐츠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꼽는다. 그는 S&R의 회원 다수가 도매상이나 외식업자 등 사업자들이어서 대량 구매도 많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외식 시장에서도 소주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 20일 마닐라의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에선 많은 현지인들이 진로와 함께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21살 골디는 “스포츠 경기나 파티할 때 소주를 자주 마신다”며 특히 삼겹살과의 조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또 현지 힙합 유닛 ‘GY’와 함께한 ‘진로라이브’가 열려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콘텐츠는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춰 현지화한 것이다.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이는 술자리에서 게임, 토크, 라이브 공연 등을 결합해 진로 브랜드의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필리핀 MZ세대가 즐기는 ‘비디오케’ 문화를 접목한 점도 눈에 띈다. 출연진이 애창곡을 부르고 관객 신청곡을 즉석에서 소화하는 방식으로 현지 사교 문화를 반영하며 관객과 정서적 교감을 형성했다. 잔을 돌리며 함께 마시는 ‘따가이’, 안주와 술을 함께 즐기는 ‘푸루탄’ 등 필리핀 음주 문화 속에서 진로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이다.

진로의 판매 실적도 이에 비례해 성장 중이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의 거래처인 K&L은 마닐라 본사와 세부 지사를 통해 한인 식당, 유통업체, 편의점 등에 진로를 공급 중이다. K&L은 연간 550~600대의 컨테이너로 약 69만 3000 ~75만 6000병의 진로를 필리핀에 유통하고 있다.
K&L 강정희 대표는 진로가 2018년부터 매년 약 15%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한국인을 위한 술로 인식되던 것이 이제는 현지 소비자가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고 매장 MD, 현장 브랜딩으로 인지도와 회전율 모두를 끌어낸 성공적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