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고양이·삵 다 아니다…한국서 절멸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정체
2025-05-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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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야생의 흔적, 국내서 사라진 고양잇과 동물
호랑이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며, 삵도 아니다. 한국에서 한때 살았지만 지금은 절멸된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있다.

바로 '스라소니'다. 공식 명칭은 유라시아스라소니, 흔히 '시라소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확히 말하면 스라소니의 잘못된 발음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스라소니는 한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된 동물이다. 몸길이는 84~105cm, 체중은 15~38kg에 이르며, 체구에 비해 다리가 길고 두꺼우며, 큰 발과 귀 끝의 붓처럼 뻗은 긴 털이 주요 특징이다. 야행성이며, 산림 지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포식자다. 다른 고양이과 동물과 달리, 먹잇감을 추적해 사냥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과거 북한 지역인 자강도, 함경북도, 양강도, 개마고원 일대 등에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정확히 언제까지 살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강원도 산악 지대나 충청북도 일대에서 그 흔적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생존 개체가 확인된 바는 없다. 열화상 카메라에 포착된 고양잇과 동물이 스라소니로 보인다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보지 않는다.

스라소니가 남한에서 실제로 서식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존재한다. 시베리아호랑이나 아무르표범처럼 비교적 최근까지 한반도 중남부에 서식한 기록이 명확한 종과 달리, 스라소니와 우수리불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에서조차 '과거 남한에 서식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절멸된 서식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경상북도 영양군이나 설악산 일대에서 계획됐던 스라소니 복원사업도, 남한 서식 여부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라소니가 멸종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모피 수요로 인한 남획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서식지 파괴와 개발, 그리고 표범 등 생태적 경쟁자와의 공간 중복 역시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 특히 스라소니는 먹이사슬에서 중상위 포식자로서의 생태적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양잇과 동물들 사이에서 경쟁에 밀려 서식지를 확장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 남북한을 통틀어 스라소니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에서도 최근 수십 년간 스라소니를 공식적으로 포착한 사례는 없으며, 일부 오지 지역에 소수 개체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추정만 존재할 뿐이다. 사실상 한반도 전체에서 절멸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렇게 스라소니는 더 이상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동물로 남았다. 도심에서는 고양이와 삵이 야생 고양잇과 동물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스라소니처럼 수풀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대형 포식자는 사라졌다. 야생의 깊은 숲과 함께 했던 이 동물의 자취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으며, 복원 논의조차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무산된 현실은 한국 생태계 복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스라소니는 단순한 멸종 동물이 아니라, 한반도 자연사가 겪은 퇴행의 한 상징처럼 남아 있다.
한편 드라마 '야인시대'에 등장하는 주먹 강호 '시라소니'의 별명이 이 동물에서 유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료는 없다. 다만 스라소니가 사납고 야성적인 이미지로 대표되는 동물인 만큼, 이름의 어감과 상징성에 끌려 붙여졌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