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멸종위기종 가족 위해 교정 안에 집 지어주고 번식까지 성공한 중학교
2025-05-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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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시작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번식 성공…새끼 두 마리 독립 앞둬
예산의 광시중학교에서 매일 펼쳐지는 광경은 특별하다. 이곳 학생들은 멸종위기종인 황새 가족을 교정 안에서 만나며 살아 있는 생태 교육의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황새는 과거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그런데 이 귀한 황새를 전국 최초로 한 중학교에서 직접 보호하며 번식 성공까지 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2년 전 이 일대에 머물던 황새 한 쌍이 인근 전신주에 둥지를 틀었지만 정전 우려로 둥지가 철거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학교 측은 황새를 위해 교정 안 가장자리에 높은 탑을 세워 둥지를 설치했고 황새 부부는 이곳에 정착해 지난해와 올해 모두 번식에 성공했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사례다. 현재 이 둥지에서 자란 새끼 두 마리는 독립을 앞두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인식표도 부착돼 생태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

황새는 몸 전체가 흰색이고 날개 끝이 검은색이며 길고 큰 부리와 다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목과 위 가슴에 긴 깃털이 돋보인다. 황새는 외형상 암수 구분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암컷이 약간 더 작고 부리가 짧다. 황새는 두루미나 왜가리와 자주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날개 끝이 전부 검은색이고 눈가에 붉은 피부가 드러나는 특징 등으로 구별된다.
둥지는 주로 큰 나무 위 5~20m 높이에 접시 모양으로 크게 짓고 번식기는 3~5월이다. 이 시기에 암컷은 한 번에 3~4개의 알을 낳으며 울음소리 대신 부리를 부딪쳐 ‘딱딱딱’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한다. 부화 후 약 4주가 지나면 새끼는 하루에 1kg가량의 미꾸라지를 먹을 만큼 식욕이 왕성해진다.

황새의 특이한 점은 암수 모두가 번식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어미는 먹이를 삼킨 뒤 소화가 덜 된 상태로 토해내 새끼가 먹기 좋게 제공한다. 수컷은 날개로 햇볕을 가리거나 물을 뿌려 체온 조절을 돕는다. 암수 모두가 번갈아 알을 품고 새끼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도 다른 새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황새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건강한 습지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어류, 개구리 같은 양서류, 파충류, 설치류, 곤충류, 미꾸라지, 새우 등 다양한 동물성 먹이를 섭취하며 계절에 따라 주요 먹이도 달라진다. 봄에는 개구리, 여름에는 물고기, 가을에는 곤충, 겨울에는 다시 물고기를 주로 먹는다. 황새는 넓은 습지, 논, 강, 저수지, 늪지, 갯벌 등 다양한 수변 환경에서 서식한다. 수원이 가깝고 농경지 면적이 넓으며, 인간 활동에 의한 교란이 적은 지역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황새는 현재 자연 번식이 완전히 중단됐다.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의 파괴다. 농업 개발, 도시화, 산업화 등으로 인해 습지와 하천, 논 등 자연 서식지가 줄었다. 습지 매립, 하천 정비, 농경지 정비 등으로 황새가 번식하고 먹이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진 것이다.
농약과 살충제 사용 증가도 황새의 주요 먹이인 개구리와 물고기, 곤충 등의 수를 크게 줄였고 이는 번식률 저하와 개체수 감소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크기와 아름다움 때문에 밀렵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발견된 마지막 수컷 황새도 밀렵꾼에게 사살됐다.
환경 오염과 수질 악화 역시 황새의 생존에 위협이 됐고 기후변화로 인해 번식지의 나무 훼손이 일어나 둥지를 짓기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선 주원인들에 더불어 황새의 사냥 실력이 다른 새들보다 부족한 점도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연구에 따르면 황새는 왜가리 등 다른 대형 조류보다 사냥 성공률이 낮아 급격한 먹이 감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개체 수가 빠르게 줄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황새는 한반도에서 20세기 이후 자연 번식이 완전히 중단됐고 현재는 복원 사업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다시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황새 복원 사업은 현재 충남 예산과 서산을 중심으로 계속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예산황새공원의 복원 사업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해까지 122마리의 황새가 야생에 방사됐다. 방사된 황새들은 짝을 이뤄 지금까지 2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며 현재 약 180마리가 야생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10년 동안 노력이 지속된다면 국내 최소 개체수를 500마리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산과 서산이 황새 복원 사업의 거점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이 지역은 무한천, 예당저수지 등 하천과 저수지가 인접해 있고 넓은 농경지와 습지가 잘 보존돼 있어 황새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황새의 주요 먹이원인 어류와 양서류, 수서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할 수 있는 논과 웅덩이도 이 지역에 잘 남아 있다. 여기에 친환경 농업이 이뤄지는 생태농업 단지가 조성되면서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고 황새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예산황새공원은 단순한 복원 시설을 넘어 황새의 사육, 방사, 서식지 복원, 생태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다. 박사급 연구진과 전문 사육사가 상주하며 웅덩이 복원, 비오톱 조성, 생태이동통로 마련 등 다양한 생태계 복원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복원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속에 진행되며 주민들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면서 황새와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생태관광과 교육 자원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예산황새공원은 국가생태탐방로,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환경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황새가 자주 관찰되는 지역은 충남 서산과 예산, 인천 백령도의 화동습지 등이다. 특히 화동습지는 황새의 이동 중 중간 기착지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100여 마리가 관찰된 중요한 서식지다.
광시중학교의 사례는 단순한 교육적 효과를 넘어 지역 사회와 황새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 복원의 모델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학생들은 날마다 황새 가족의 일상을 관찰하며 생태계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있고 이는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감수성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계기가 된다. 황새의 번식 성공은 단순한 개체 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예산의 광시중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황새 보호 사례는 단순한 동물 보호 활동을 넘어 지역의 생태 복원, 교육, 관광, 공동체 활성화까지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자연 회복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황새는 더 이상 멀리 있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증표이자 더 나은 생태 미래를 위한 길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