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분노 폭발…덕아웃서 '물병' 던진 이범호 감독 (+이유, 영상)

2025-05-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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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실패가 부른 감독의 분노
무모한 주루 플레이, 팀의 승리를 앗다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이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물병을 집어던졌다. 겉으로는 냉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반복된 주루 실수에 대한 감정이 결국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 자료사진. / 뉴스1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 자료사진. / 뉴스1

지난 29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아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5 시즌 9차전. 이날 기아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앞선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시리즈 스윕까지 노렸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2승 1무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됐다. 기아의 시즌 성적은 26승 1무 16패. 순위는 7위를 유지했다.

경기 내용 자체는 타선과 마운드 모두 나쁘지 않았다. 선발 제임스 네일은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고, 타선도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주루에서 터졌다. 승부를 가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루 실패와 무리한 주루 플레이가 겹치며 경기 흐름을 망쳤다.

3회 말 2사 1루에서 김규성이 2루 도루에 실패한 게 시작이었다. 4회 말에는 황대인이 1타점 2루타를 만든 뒤 3루까지 내달리다 주루사당했다. 노아웃 상황에서 2루에 머물렀다면 더 확실한 추가점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해설위원 이순철은 "이런 세세한 플레이가 결국 승부를 좌우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기아 유격수 박찬호. 자료사진. / 뉴스1
기아 유격수 박찬호. 자료사진. / 뉴스1

결정적인 장면은 5회 말에 나왔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든 기아는 김규성의 중견수 플라이로 1사 1·3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후속타자 오선우 타석에서 박찬호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포수 김건희가 정확한 송구를 해냈고, 박찬호는 그대로 태그아웃됐다. 주루 판단 미스가 뚜렷한 장면이었다.

이 도루 실패 직후,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들고 있던 물병을 힘껏 바닥에 던졌다. 카메라에 포착된 이 장면은 단순한 분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도루가 사인플레이가 아닌 선수 개인 판단이었음을 암시하는 행동이었다. 감독으로선 팀 작전과 상관없는 도박성 주루로 중요한 찬스를 날린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이후 경기는 균형을 유지하며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정해영은 9회와 10회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윤중현도 11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타선은 마지막 11회말에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중심타선이 나왔지만, 3타자가 모두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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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승부는 기아에겐 다잡은 경기를 놓친 아쉬운 결과였다. 특히 세 차례의 도루 실패와 주루사 1회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타격을 남겼다. 득점권에서 아웃된 네 번의 장면이 모두 점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도루는 때론 팀 분위기를 띄우고,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르며, 시도 타이밍과 상대 배터리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날 경기처럼 무리한 도루와 불필요한 주루로 기회를 잃는다면, 승리를 놓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감독의 물병 투척은 단지 감정의 표출이 아니었다. 냉정한 전술가로서, 자신이 직접 내리지 않은 플레이에 대한 불만이자 경고였다. 선수 개개인의 판단이 팀 전체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결국 이날 기아는 패배를 면했지만, 승리도 얻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단순한 무승부가 아니라, 내야 안팎의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한 경기였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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