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햄스터·쥐 다 아니다…한국서 거의 다 멸종됐다는 '동물' 정체
2025-05-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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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
다람쥐도, 햄스터도, 흔히 보는 들쥐도 아니다. 외형만 보면 그런 동물들과 헷갈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생태계에서 매우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한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평가되는 이 동물의 이름은 바로 '무산쇠족제비'다.
무산쇠족제비는 족제비과 포유류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수컷 기준 몸길이 14~18cm, 몸무게는 80~100g, 암컷은 이보다 작다. 설치류로 분류되는 다람쥐보다도 작고, 몸통이 가늘고 길며, 꼬리는 짧고 뾰족하다. 등은 적갈색, 배는 흰색이며, 겨울에는 흰색 털로 갈아입는 개체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사계절 갈색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동물은 1927년 북한 무산군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에 '무산'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쇠'는 '작다'는 뜻으로, 그만큼 작고 은밀하게 살아가는 종이다. 북한에서는 '흰족제비' 또는 '쥐 먹는 쥐'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무산쇠족제비는 매우 민첩하며, 시각, 후각, 청각이 모두 발달해 있다. 번식 속도도 빠른 편으로, 3월부터 7월 사이에 번식하며, 한 번에 3~9마리를 낳는다. 암컷은 생후 3개월이면 번식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도 빠르지만, 평균 수명은 1년 내외로 짧다.
주된 서식지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 숲, 관목지대다. 스스로 굴을 파기보다는 들쥐나 두더지의 굴을 점유해 사용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흔히 눈에 띄는 동물이 아니며, 인가 근처에서도 발견됐다는 기록이 간혹 있지만 극히 드문 일이다.
식성은 거의 완전한 육식성이다. 주로 생쥐와 같은 소형 설치류를 사냥하며, 1년에 무려 2000~3000마리의 쥐를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도마뱀, 개구리, 곤충, 새, 어린 토끼 등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며, 밤낮 없이 활동한다.

무산쇠족제비는 2012년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멸종위험이 더 커졌다는 판단 아래 1급 상향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의 발견 사례는 극히 적고,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등 일부 고산지대에서 간헐적으로 존재가 확인되는 정도다. 특히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내륙 고산지대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무산쇠족제비와 외형적으로 가장 비슷한 동물은 쇠족제비로, 사실상 같은 종의 지역 아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크기나 희귀성 면에서 무산쇠족제비는 훨씬 작은 체형과 더 희귀한 개체 수를 가진다. 일반 족제비나 북방족제비와 비교하면 꼬리가 훨씬 짧고, 몸집이 작아 쥐굴처럼 좁은 공간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혼동하기 쉬운 동물로는 족제비과의 북방족제비, 일반 족제비, 그리고 담비류가 있으나, 크기와 색상, 꼬리의 길이, 털갈이 특징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소나무담비는 체형은 비슷하지만 몸길이만 45cm에 달해 실제로는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 내 개체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으나, 일부 연구에 따르면 100헥타르당 1~7마리 수준으로 서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남한 지역에서 관찰 사례조차 없었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 극소수 표본이 확보되며 존재가 확인됐다. 이처럼 발견 자체가 어려워 생태, 개체군 구조 등 구체적인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다.
무산쇠족제비는 2027년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복원 우선 멸종위기종 25종 가운데 하나로 지정돼 있다. 생태계 내에서 주요 설치류 포식자 역할을 하는 만큼, 개체 수 감소는 곧 먹이사슬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식지 파괴, 모피를 위한 불법 포획, 인간 활동에 의한 교란이 이 동물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외형만 보면 귀엽고 작아서 햄스터나 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무산쇠족제비는 야생 생태계 안에서 포식자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다. 한국의 자연 속에서 이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워진 이 작은 포식자를 다시 만나는 일은, 단순한 동물 보호를 넘어 생태계 복원의 척도를 가늠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