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시댁 등의 용어는 이제 '이렇게' 바뀐다…전 국민 주목할 내용
2025-05-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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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육아, 언어가 바꾸는 사회 인식
정부가 결혼·출산·육아와 관련해 사회적 편견을 담고 있는 용어를 바꾸기로 했다. 이는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결혼, 출산, 육아를 둘러싼 사회 인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부터 바꾸기로 했다. '집사람' '시댁' '경력단절여성' 등과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정책 명칭은 물론, 평소 생활 속에서 무심코 쓰던 언어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단어 하나가 태도와 인식을 결정짓는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저출산 대응의 일환으로 이 같은 언어 정비에 나섰다.
지난 29일 열린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저출산 해소를 위한 생활 밀착형 과제의 일환으로 '출산·양육 친화적 언어 개선'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니라, 결혼과 출산, 양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접근이다.
가장 먼저 손질되는 건 제도적 용어들이다. '육아휴직'이라는 표현은 일과 경력의 단절을 암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육아몰입기간' '아이돌봄기간' 등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대체 용어를 검토 중이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도 '경력전환여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도전과 적응을 긍정적으로 조명하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도 '난임치료휴가'는 '임신준비기간' '희망출산휴가' 등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정책 명칭뿐만 아니라, 생활용어에 대한 개편도 병행된다. 남성 중심적 서열 개념이 내포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던 '시댁'은 '시가' 혹은 '배우자 본가'로 바뀐다. 배우자를 지칭하는 말로 흔히 쓰이는 '집사람' '바깥사람'도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배우자'라는 중립적 표현이 권장된다. 양육 도구인 '유모차'라는 단어는 '유아차' 혹은 '영유아차'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엄마만이 육아를 책임지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 개선 작업은 국민 참여를 전제로 진행된다. 정부는 6월부터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7~9월 사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법령 개정과 캠페인을 병행할 예정이다. 법령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용어의 경우, 현장에서 먼저 병기 또는 순화 형태로 사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저출산 대응의 또 다른 축인 금융상품 및 근로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됐다. 생애주기 맞춤형 금융 상품으로는 '너만솔로 적금'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결혼 시 연 2%p, 주택대출 이용 시 1%p의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2024년 출생아를 대상으로 자녀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 5만 원의 출생축하금을 지급 중이다. 다자녀 가구를 위한 금리 우대, 보험료 할인, 대출 감면 혜택도 함께 제공된다. 보험업계는 난임 치료부터 산후 관리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며 출산과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한 민간 협력에 동참하고 있다.

근로환경 개선도 병행된다. 육아기 단축근무제의 대상 자녀 연령은 만 12세까지 확대됐고, 월 최대 급여는 220만 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이 제도는 최대 3년까지 사용 가능하며, 최소 사용 기간은 기존보다 줄어든 1개월로 완화됐다. 실제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2만 6600명을 넘겼고, 2024년 4월까지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변화들은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닌 문화적 전환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그치지 않고 기업 네트워크를 통한 유연근무 사례 확산,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현장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으로 20여년간 베이비부머가 후기고령자층에 진입하면서 치매머니(치매 환자가 갖고 있는 예금·부동산 등 자산을 일컫는 말)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연구용역 착수와 함께 관계 부처·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연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