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선 화재 당시 승객 “'부산행'처럼 수십명 소리 지르고 달려와 아수라장”
2025-05-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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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용의자 추정 남성,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현행범 체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상황이 전해졌다.

이날 불이 난 순간 열차 안에 있었다는 직장인 김 모 씨는 "누군가 '뛰어'라고 외치자 사람들이 제가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시너 뿌렸다'는 말도 들렸다"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김 씨는 당시 희미한 연기가 보이자마자 승객들이 자신이 있던 맨 끝 칸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영화 '부산행'처럼 수십 명이 소리 지르고 달려와서 아수라장이 됐다"라며 "흰 연기가 열차 내에 다 퍼지고 상황이 많이 심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는 '창문을 깨야 한다', '나가야 한다' 등 다급한 외침 등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러다 열차 출입문이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따로 방송이 나온 건 아니고 보통 역에서 정차했을 때처럼 모든 문이 열렸다"라며 "일단 나가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내렸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열차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깜깜한 터널길을 걸어 마포역 대합실에 도착해 실외로 나왔다고 했다. 이날 이렇게 탈출한 승객만 4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얼굴과 손이 까맣게 그을리고 무릎도 다친 것 같다며 퇴근 후 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화재 대피 과정에서) 크게 다친 분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한동안 지하철은 못 탈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43분께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지하철 내에서 발생한 불은 방화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발화 직후 기관사와 일부 승객이 소화기로 진압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오전 9시 45분께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을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해당 남성은 지하철 선로를 통해 들것에 실려 나오다가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점화기와 유리통 등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을 발견해 감식하고 있다.
해당 사건으로 열차는 한때 마포역과 여의나루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여의도역~애오개역 구간 운행을 중단했으나 오전 10시 6분께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