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식량이었는데…저속노화 열풍에 MZ들에게 인기라는 '의외의 식재료'
2025-05-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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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쌀밥에 비해 혈당이 더 낮아 주목
한국인의 식탁에서 흰쌀밥은 오랜 시간 주식으로 자리해 왔다. ‘밥심’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에너지의 중심에 놓여 있던 곡물이다.

하지만 식습관에 변화가 생기면서, 정제 탄수화물인 흰쌀밥을 멀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특징이 부각되면서 잡곡이나 고대 곡물의 섭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파로(Farro)’라는 이름의 곡물이 주목받고 있다.
파로는 약 1만 2000년 전부터 재배돼 온 고대 곡물이다. 고대 로마 병사들의 군량미로 사용됐을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웰빙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매체가 이탈리아식 식단의 핵심 재료로 소개했고, SNS에서는 파로를 활용한 샐러드나 리조또 레시피가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관심 가져야 할 고대 작물 10선’에 포함시키며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방송인 한가인과 홍진경이 직접 섭취 경험을 밝히며 대중의 호기심도 커졌다.

파로가 인기를 얻는 데는 영양소 구성이 뒷받침됐다. 이탈리아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파로는 100g당 당 함량이 2.4g으로, 같은 고대 곡물인 카무트(7.84g)의 3분의 1 수준이다. 퀴노아(5.3g)나 완두콩(4g)보다도 낮은 수치다. 혈당 변화를 천천히 유도해 식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저항성 전분 함량은 100g당 1.2g으로, 백미(0.64g)보다 높고, 현미(2.63g)보다는 낮지만 안정적인 수치다.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해 장내 미생물에 의해 천천히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아 인슐린 분비가 완만해지고, 허기를 유발하는 혈당 낙폭 현상도 줄어든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체중 증가와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데, 파로는 이를 방지하는 식이 구조를 갖고 있다.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파로 100g에는 6.5g의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어, 바나나(1.8g), 사과(2.2g), 당근(3.1g)보다 두세 배 높다.
생산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주요 산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정부 주도로 파로 재배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종자만 사용하며, 수확 후 최소 2년 이상 땅을 쉬게 하는 윤작 방식이 의무화돼 있다. 종자는 농학 박사가 선별하고, 농가별 생산 과정도 규정에 따라 관리된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희소성까지 갖췄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백미에 섞어 밥을 짓거나, 삶은 뒤 샐러드에 더해 먹는다. 리조또나 수프에 활용하거나, 요거트에 곁들이는 방식도 많다. 처음에는 백미와 7:3 비율로 시작해 점차 파로 비중을 높이면 식감 변화에 대한 부담이 적다. 홍진경은 유튜브 콘텐츠에서 파로밥으로 만든 김밥을 소개하며, “금방 배고프지 않고 다이어트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곡물 하나가 바꾸는 식단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파로는 고대의 식량이 현대인의 식탁에서도 유의미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