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기 순직자 분향소에서 오빠 영정에 케이크 올린 여동생

2025-05-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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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안식으로 떠난 젊은 군인들
가족과 동료들의 애통한 눈물

해군 초계기 추락 사고 순직 군인들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31일 연합뉴스는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순직자 합동분향소 상황에 대해 전했다.

합동분향소 운영 이틀째인 이날도 유족과 군인들, 고인 지인들의 슬픔이 가득했다. 추모 발길도 이어졌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지난 30일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순직자들을 조문했다.

3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항공사령부 내 금익관에 마련된 해상초계기 추락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고 강신원 상사의 여동생이 오빠 영정에 생일 케이크를 올리고 있다. / 뉴스1
3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항공사령부 내 금익관에 마련된 해상초계기 추락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고 강신원 상사의 여동생이 오빠 영정에 생일 케이크를 올리고 있다. / 뉴스1

순직자 동료들은 고인들의 영정 앞에 한송이 조화를 올리고 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 부사관이 눈물을 터트리자 주변 동료들도 결국 오열했다.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해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옮기는 군인도 있었다. 한 장교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눈만 감으면 동료들이 떠올라서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고 이태훈 소령은 다음 해 1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고 강신원 상사의 유족은 영정 앞에 케이크를 올렸다. 31일이 강 상사의 음력 생일이기 때문이다.

고 강신원 상사의 여동생이 오빠 영정에 생일 케이크를 올렸다. / 뉴스1
고 강신원 상사의 여동생이 오빠 영정에 생일 케이크를 올렸다. / 뉴스1

고 윤동규 상사의 어머니는 "내 아들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고인은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신혼이었다.

윤 상사가 조카라는 윤태웅 씨는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해서 육군 부사관 출신인 아버지 만류에도 군복을 입었는데 이렇게 돼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동규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한동네에서 같이 살아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뭐라 설명할 길이 없지만 착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해상 초계기 순직자 조문하는 시민들 / 뉴스1
해상 초계기 순직자 조문하는 시민들 / 뉴스1

크나 큰 슬픔 속에서도 고 박진우 중령 유족은 조문을 온 군인들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동료를 잃은 슬픔도 크지 않겠습니까"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 중령 지인은 "중학교 시절 진해에서 교회 활동을 함께 했었다"며 "석 달 전 친구 결혼식장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근황도 주고받고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고인은 항상 동생들을 먼저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든든한 오빠였는데,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했다.

31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한 순직자의 3살배기 아들은 분향소에서 "아빠 부대에 있어? 아빠 보고 싶어"라고 말해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고 박진우 중령, 고 이태훈 소령, 고 윤동규 상사, 고 강신원 상사 / 뉴스1
고 박진우 중령, 고 이태훈 소령, 고 윤동규 상사, 고 강신원 상사 / 뉴스1

지난 29일 해상초계기로 사용되던 해군 P-3CK 917호기가 포항 해군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중사, 전술사 강신원 중사가 순직했다. 모두 20~30대 젊은 군인들이었다.

사고기는 당시 조종사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이착륙 반복훈련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이 훈련은 활주로에서 이륙한 뒤 선회하여 활주로를 가볍게 접촉한 후 다시 상승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군 측은 사고기가 추락 직전까지 관제소와 원활한 통신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최종 교신은 추락 1분 전인 오후 1시 48분에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긴급상황을 알리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는 계획된 3차례 훈련 중 첫 번째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훈련을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틀던 순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1시 43분 이륙한 항공기는 약 6분 후 원인 불명의 이유로 기지 주변 산지에 충돌했다.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체육관에 마련된 대잠 해상초계기(P-3CK)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미 해군들이 조문을 마친 후 발길을 옮기고 있다. / 뉴스1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체육관에 마련된 대잠 해상초계기(P-3CK)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미 해군들이 조문을 마친 후 발길을 옮기고 있다. / 뉴스1

포항기지 관제요원은 육안 관측과 레이더를 통해 사고 발생을 즉시 파악했으며, 2분 후인 오후 1시 51분 해군 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에 상황을 보고했다. 해군은 곧바로 항공대와 해병대 1사단 소속 소방차량 5대, 구급차 5대를 사고 현장으로 긴급 투입했다.

사고기는 2010년 해군에 도입된 노후 기체로 내년인 2030년 퇴역 예정이었다. P-3 기종의 일반적인 운용 기간은 부품 교체와 정기 점검을 거쳐 20~3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해당 항공기는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대규모 창정비를 받았으며, 올해 연말 다시 창정비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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