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괜찮아도 와야 하는 곳이 대표팀” 눈에 '피멍' 든 채 출국한 한국 축구 국대, 반응 쏟아졌다
2025-06-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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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눈두덩이에 피멍 든 채 웃으며 등장한 국가대표 축구 선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2일 전세기 이용해 이라크로 출국
오른쪽 눈두덩이에 파란 피멍이 든 채 웃으며 출국장에 나타난 전진우(25·전북)의 모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생애 첫 A대표팀에 소집된 그는 눈 부상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각오를 밝혀 축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대표팀 출국 기자회견에 나선 전진우는 "눈 부상은 괜찮냐"는 한 취재진 질문에 "안 괜찮아도 와야 하는 곳이 대표팀이고, 그렇지만 너무나도 괜찮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대구FC와의 K리그1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하며 입은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진우의 이런 모습은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장난스러운 반응도 이끌어냈다. 전진우는 "눈을 뜨고 있었는데, 흥민이 형이 눈 뜨라고 하더라"라며 밝게 웃었다. 우상으로 여겨왔던 손흥민과의 첫 만남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플레이를 많이 보면서 공부한, 존경스러운 선수인데, 직접 보니 동네 형 같았다"고 표현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11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진우는 홍명보 감독의 부름으로 A대표팀에 첫 승선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중요한 이라크 원정을 앞두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전진우는 2019 U20 월드컵에 참가할 정도로 촉망받던 선수였지만, 수원삼성 시절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전북현대로의 이적이 그의 축구 인생을 바꿨다. 측면 공격수로서 페널티박스 근처에서의 공격적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득점력이 급상승했다. 주민규(10골·대전하나시티즌), 에릭(8골·울산HD), 이호재(8골·포항스틸러스)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제치고 11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전진우를 선택한 배경에는 현실적인 계산도 있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뛰고 있는 배준호, 엄지성, 양민혁 등 2선 자원들이 5월 초 시즌을 마감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K리그에서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진우를 과감히 발탁했다.
전진우는 "스스로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면서도 "부족하지만, 경기에 나간다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대표팀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며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는 "A대표팀에 처음 오니 솔직히 떨린다. 대표팀이 꿈이었고, 긴 시간이 걸려 여기에 왔다. 만족하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같이 싸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전세기를 이용해 이라크로 출국했다. 여행금지국가인 이라크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대한축구협회가 전세기를 마련했으며, 최소 인원만이 원정에 나섰다. 취재진도 동행하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권경원, 조유민(이상 코르파칸), 박용우(알아인), 원두재(코르파칸) 등 중동 리그 소속 선수들이 합류한다. 특히 전날 파리 생제르맹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한 이강인도 별도로 현지에서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은 오는 6일 오전 3시 15분(한국 시각) 이라크 바스라의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현재 승점 16점(4승 4무)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제 두 경기만 남았고, 월드컵 티켓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이틀 동안 잘 맞춰서 좋은 경기 하겠다"며 "무더위, 상대의 일방적인 응원 등을 머리 속에 넣고 경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본인의 의지 등은 충분히 들었다"며 "두 경기 중 어느 경기에 더 포커스를 맞출지 현지에서 얘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이라크전 이후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홍명보 감독은 이라크에서 본선행을 확정한 뒤 홈에서 열릴 최종전에서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