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주행하지 않은 '중고차' 넘쳐난다... 중국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2025-06-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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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밀어내기 판매, 혹은 보조금이나 수출 혜택 노리기도 해
중국 자동차 시장을 다루는 매체 카뉴스차이나(CarNewsChina)가 최근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제로 킬로미터 중고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이 차량들은 등록은 됐지만 실제로 운행되지 않은 상태로 중고차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

‘제로 킬로미터 중고차’는 신차를 판매된 것처럼 등록한 뒤, 주로 딜러나 제3자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차량은 실제로 주행거리가 거의 없지만 중고차로 분류돼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이런 중고차가 생기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제로 킬러미터 중고차'를 통해 제조업체는 이를 통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고, 딜러들은 미판매 재고를 처리하며, 일부 경우에는 보조금이나 수출 정책의 혜택을 노리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4월 기준으로 중국 내 승용차 재고는 350만 대에 달했다. 일부 제조업체는 생산 능력의 절반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치열한 가격 경쟁과 신에너지차(NEV)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업계 특성은 이러한 관행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러한 관행이 단순히 소비자 개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판매 데이터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시장 수요를 왜곡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 예를 들어 BYD 친 L 모델의 중고차 가격은 공식 가격보다 30~40% 낮게 형성돼 있으며, 이는 경쟁 모델 전반에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 전반의 가격 기대치를 흔들고,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 27일 BYD, 둥펑, 중고차 플랫폼 구아지 등 주요 업체들과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중고차 거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허위 판매 보고를 단속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는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채널 스터핑’ 규제 방식을 참고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채널 스터핑은 과잉 재고를 유통 경로에 밀어 넣고 이를 매출로 과대 계산하는 금융 조작 방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산 계획을 재조정하고, 차량 이력과 보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규제된 중고차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인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같은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은 국내 재고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제로 킬로미터 중고차’의 증가를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한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위젠쥔 장성자동차 회장을 비롯한 업계 내 다수는 이를 위험한 지름길로 간주한다. 이들은 혁신, 품질, 소비자 신뢰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체계적인 개혁이 없다면, 이러한 관행은 브랜드 가치를 약화시키고, 가격 하락과 소비자 신뢰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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