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변…제작비 불과 15억인데 개봉 첫날 5600억 대작 꺾은 한국 영화
2025-06-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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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사로잡은 초저예산 정치 스릴러의 반란
무속과 권력의 진실, 관객들이 외치다
저예산 한국 영화가 개봉 당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 정체는 바로 지난 2일 개봉한 오컬트 정치 스릴러 '신명'이다. 영화 ’신명‘은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한 여인 윤지희(김규리)와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신명'은 개봉 첫날 전국에서 6만 118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같은 날 5만 9922명을 동원한 톰 크루즈 주연의 5600억 대작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196명 차이로 따돌리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했다.
김남균 감독이 연출한 '신명'의 제작비는 약 15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할리우드 초대형 액션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약 4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제작비 격차가 300배가 훌쩍 넘지만 한국 영화가 관객 동원력에서 앞서며 놀라움을 안겼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신명'이 열악한 상영 환경에서도 이런 성취를 이뤘다는 사실이다. 개봉일 기준 '신명'의 스크린 수는 536개, 상영 횟수는 1296회였다. 이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하이파이브'나 3위 '미션 임파서블'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된 상영 기회 속에서도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셈이다.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하이파이브'는 제작비 약 200억 원이 투입된 국내 대작으로, 같은 날 7만 555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신명'은 이 작품과도 1만 5000여 명 차이에 그치며 선전했다.
'신명'은 대한민국 최초의 오컬트와 정치를 결합한 스릴러 장르 영화로 눈길을 끌었다. 신비한 힘을 활용해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여성 윤지희 역에 김규리가 캐스팅됐고, 이를 추적하는 언론인 정현수 역을 안내상이 맡았다. 김규리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전직 영부인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 싱크로율이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무속과 정치권의 유착을 파헤치는 충격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것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강렬한 대사들도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는 산채로 죽은 자의 자리에 앉았다!", "모든 것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 "제 아내가 무속하고 연관되어 있다는 거? 그거 다 가짜뉴스입니다" 등의 카피가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개봉한 시점도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의 특성상 선거 분위기와 맞물려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선거일인 오늘(3일)도 정치 영화라는 특성상 높은 관객 동원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3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9.4점을 기록 중이다. 한 관람객은 "모두 다 알아야하는 영화입니다. 시간이 안되서 유료시사회 혼자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주말엔 남편과 같이 다시 보기로 했어요!"라며 극찬했다. 다른 관람객은 "안내상의 라스트 멘트... 그게 우리의 마음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특히 상영 후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현상이 여러 극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런 영화는 처음입니다. 최고입니다. 쿠키 영상 보고 울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 모두가 희망의 박수를 쳤습니다"라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