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표 중 발칵…1km 떨어진 공원에 출몰한 최대 1.8m '위험 동물'
2025-06-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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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1.1~1.8m, 몸무게 최대 280kg까지 나가는 야생 동물
최근 서울 등 각종 도심 출몰 잇따라 발생해 대비 태세
6·3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한창이던 지난밤,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야생 멧돼지가 출몰해 긴급 대응이 이뤄졌다. 개표소와 불과 1km 남짓 떨어진 공원 인근에 등장한 이 ‘위험 동물’은 주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실제 포획 작전까지 전개됐다.

전날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17분,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위치한 사적공원 인근에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공원은 동래구 개표소인 동래중학교에서 불과 1~1.7km 떨어진 거리로, 대선 개표가 이뤄지던 시점에 돌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 등이 즉각 출동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멧돼지 포획을 위한 긴급 대응이 이뤄졌다. 동래구청은 즉시 주민들에게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해 “사적공원 인근에 멧돼지가 출몰했으니 인근 주민은 외출을 삼가고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선거 당일 밤에 벌어진 ‘도심 출몰’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이던 시점에 벌어진 야생동물 출몰 소동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민감한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공공장소, 특히 유권자들이 밀집한 지역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계 당국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현장을 관할하는 동래구청은 경찰로부터 최초 신고를 전달받고 곧바로 상황 대응에 돌입했다. 다행히 빠른 신고와 신속한 현장 조치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상황은 마무리됐다.

도시로 내려오는 멧돼지들…서울도 예외 아냐
이번 사례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멧돼지의 도심 출몰은 서울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번식기를 앞둔 5월은 멧돼지 출몰이 급증하는 시기다. 먹이를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와 도심과 민가까지 접근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다.
최근 서울 도봉구에선 실제로 장독대와 액기스 병이 산산조각 난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난장판을 만든 주범은 멧돼지로, 주민 안전을 위해 소방과 자치구가 출동해 현장을 통제했다.
종로구청 도시녹지과 자연생태팀 주무관은 연합뉴스TV에 “서울에는 멧돼지가 꽤나 많이 살고 있다. 주로 5월쯤에 먹이 활동을 위해서 내려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도봉구의 경우, 북한산과 인접해 있어 멧돼지 출몰이 자주 보고되는 지역이다. 실제로 지난해 5~7월 사이 58마리, 연간 총 120마리를 포획했다. 석 달간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이다.
출몰 시 대응법과 시민 유의사항
전문가들은 멧돼지를 마주했을 때 절대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이며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멧돼지는 본래 겁이 많지만, 위협을 느끼면 예측할 수 없는 공격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몰 지역 근처에서 멧돼지를 마주했을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권장된다.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높은 지형으로 이동
▲ 몸을 숨길 수 있는 나무 뒤에 피신
▲ 새끼 멧돼지를 봤다면 절대 접근 금지
▲ 즉시 119에 신고하고 현장을 이탈
특히 새끼 멧돼지의 경우, 어미가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등산객이나 산책 중인 시민들은 최근 5~6월 기간 중 야간 외출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시도 차단망·포획틀 확대 운영 중
서울시는 북한산국립공원 등 멧돼지 주요 서식지 인근에 총 17km의 차단 울타리와 158개의 포획 틀을 설치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한 야간 순찰을 강화하고, 민가 인접 구역의 출몰 신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동물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과거 초식동물에서 점차 잡식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과일, 도토리뿐 아니라 곤충, 작은 동물, 심지어 가축의 사체까지 먹는 등 식성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소목 멧돼지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몸길이는 1.1~1.8m, 어깨 높이는 최대 110cm에 달한다. 몸무게는 성체 기준 50~280kg까지 나가며, 특히 동쪽 지역과 대륙에서 발견되는 개체가 크다.
강한 턱과 송곳니를 이용해 싸우거나 나무뿌리를 파먹는 데 사용하며, 늙은 수컷의 경우 윗 송곳니가 주둥이 밖으로 12cm 이상 돌출되기도 한다.
“도심 멧돼지, 계절성 아닌 상시 위험으로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멧돼지 출몰이 계절적 특이 현상을 넘어 일상적인 위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 대응을 넘어서, 도심 내 야생동물과의 공존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정교한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부산 멧돼지 출몰 소동은 대선 개표 중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벌어진 만큼, 시민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야생동물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