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도 상어도 사자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뜻밖의 동물'
2025-06-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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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가장 위험한 동물은...“ 한결같이 지목하는 생명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 뭘까. 뱀? 상어? 사자? 전부 아니다. 과학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이 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지목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모기다.

깃털처럼 가벼운 날개를 퍼덕이며 여름 밤을 떠도는 모기.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이 곤충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존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생존하는 모기는 단순한 성가심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매개체다. 모기가 전파하는 질병은 인류의 건강과 사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기가 얼마나 인류를 위협하는지 알아봤다
매분마다 한 명의 아이가 죽어간다. 5세 미만 어린이가 거의 매분마다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이 끔찍한 현실의 주범은 사자도 상어도 아닌 작은 모기다. 모기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을 죽이고 7억 명 가까이를 감염시킨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동물이 바로 모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살인자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모기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피를 빨아먹기 때문이 아니다.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황열병, 일본뇌염,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수십 가지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다. 이들 질병은 모기의 침 속에 숨어있다가 모기가 피를 빨 때 인간의 혈류로 침투한다. 한 마리의 감염된 모기가 평생 수십 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말라리아다. 2023년 전 세계적으로 2억 6300만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고, 59만 7000명이 사망했다. 말라리아 사망자의 95%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76%가 5세 미만 어린이였다.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이라는 기생충이 일으키는 질병이다. 암컷 얼룩날개모기(Anopheles)에 의해 전파된다.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기생충이 혈류를 타고 간으로 이동해 증식한다. 이후 적혈구를 파괴하면서 고열, 오한,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치료하지 않으면 뇌 손상, 호흡 곤란, 장기 부전 등으로 이어져 죽음에 이른다. 특히 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뎅기열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매년 약 3만 6000명이 뎅기열로 사망한다. 중증 뎅기열인 뎅기출혈열로 발전하는 경우가 50만 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연간 최대 2만 5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뎅기열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주로 옮기며,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 눈 뒤쪽 통증, 근육통, 관절통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른다.
지카바이러스는 2015~2016년 중남미에서 대유행하면서 전 세계적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소두증을 일으켜 평생 장애를 남긴다. 황열병은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극도로 위험한 질병으로, 간 손상으로 인해 황달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뇌염은 뇌염을 일으켜 30%의 치사율을 보이며, 생존자의 절반 정도가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긴다.
모기 매개 질병의 피해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 매년 7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 뎅기열, 주혈흡충증, 아프리카수면병, 리슈마니아증, 샤가스병, 황열병, 일본뇌염, 사상충증 등 매개체 매개 질병으로 사망한다. 이들 질병의 부담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가장 높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는 말라리아가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지역이 북상하고 있으며, 번식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모기 매개 질병이 드물었던 지역에서도 발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극한 기후 현상도 모기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기의 번식력도 엄청나다. 암컷 모기 한 마리는 평생 최대 30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웅덩이나 고인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번식이 가능하다. 유충에서 성충까지 불과 7~10일이면 충분하다. 이런 강력한 번식력 때문에 모기 개체 수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간은 모기와의 전쟁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 2000년 이후 말라리아 사망률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위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이 28.5명에서 2023년 13.7명으로 줄었다. 살충제 처리 모기장 보급, 실내 잔류 살포, 신속 진단법 개발, 새로운 치료제 도입 등이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모기의 살충제 저항성이 빨라지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의료 접근성 부족 등이 방제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말라리아 방제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감염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형 모기, 불임 수컷 방사법, 볼바키아 세균을 이용한 개체 수 억제 등 새로운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도 모기는 계속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모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적이다. 이 작은 곤충이 매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억 명의 삶을 고통으로 물들이고 있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고 의학이 진보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작은 살인자 앞에서 무력하다. 모기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