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이상 급증... 갑자기 제주도 바다를 점령한 '파란색 물고기떼'
2025-06-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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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할 정도로 너무 많다... 처음 봤다는 꽃게 목격담도

한반도 남쪽 끝 제주 바다가 급속도로 열대화하면서 생태계 파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원래 한국의 겨울 수온을 견디지 못했던 아열대·열대 어종들이 대거 출현했다. 특히 2년 전 해양수산부가 기후변화 생태계 지표종으로 지정한 파랑돔이 제주 전 연안에서 우점종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아열대 청색꽃게까지 발견되며 해양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JIBS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제주 바다 곳곳에서 파란색 물고기들이 가득한 모습이 마치 열대 바다를 연상시킨다. 이 물고기는 바로 파랑돔이다.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파랑돔의 몸길이는 5~8cm다. 긴 타원형으로 옆으로 납작한 형태를 띤다. 몸빛은 전체적으로 파란색이고, 꼬리자루 부위는 짧고 비교적 높다. 주둥이는 약간 뾰족하고 입은 작으며 약간 튀어나온다. 윗턱이 아래턱보다 약간 길며, 비늘은 크고 둥글다. 머리 일부를 제외한 전체가 비늘로 완전히 덮여 있고, 꼬리지느러미는 얕게 두 갈래로 갈라지며 위쪽 것이 더 길다. 배와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는 노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파랑돔은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5~9월에 수컷이 돌 아래에 산란장을 만들어 암컷을 유인하는 번식 습성을 갖고 있다. 산란 후에는 수컷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하는 특성을 보인다. 원래 파랑돔은 한국에서는 경북, 경남, 제주도의 해역에 서식하며 세계적으로는 남동 인도양과 서태평양에 분포하는 어종이었다. 울릉군 주변 해수온이 1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6~10월 말에 집단적으로 서식하는데, 특히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독도에서 많이 관찰됐다.
파랑돔은 2015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겨울 수온을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온대 해역인 울릉도 연안에서도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미 제주 전 연안에서는 파랑돔이 완전히 정착해 우점종으로 바뀌면서 기존 어류들이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할 정도가 됐다. 2년 전 해양수산부가 기후변화 생태계 지표종으로 지정한 이유도 바로 이런 급속한 서식지 확산과 개체수 증가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파랑돔뿐만 아니라 다른 아열대·열대 종들까지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의 모래사장에서 발견된 커다란 꽃게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몸 전체에서 푸른 빛이 확인되는 이 꽃게는 타이완 꽃게로도 불리는 아열대 청색꽃게다. 꽃게과에 속하는 청색꽃게는 등딱지 길이가 약 64mm, 너비는 약 140mm에 달한다. 수컷의 몸빛은 보통 어두운 청색이고, 암컷은 어두운 녹색이면서 밝은 구름모양 무늬가 있다. 일반 꽃게보다 청색빛이 더 강하며 갑각의 구름무늬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청색꽃게는 깊이 10~30m의 모래 또는 진흙질 바닥에서 살며, 식용으로도 이용된다. 원래 한국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해 중국, 일본, 열대지역, 지중해 등지에 분포하는 종이다. 남해안 등지에도 서식하는 종이지만 제주에서 발견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제주 성산읍 오조리 해녀회장이 JIBS 인터뷰에서 "그런 거 본 적 없다"라고 증언할 정도로 과거에는 제주 연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제주 연안 곳곳에서 청색꽃게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높아진 수온에 서식 환경이 좋아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 동안 한국 해역 표층 수온이 1.35도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표층 수온은 0.5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 바다가 2.5배 높은 수온 상승률을 보였다.
제주 바다 곳곳에서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그 서식 밀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톱날꽃게가 확인됐고, 열대 해역의 닭새우도 잇따라 발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종의 출현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열대나 아열대 종들이 제주 연안에서 세대를 거칠수록 정착력이 높아져 우점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파랑돔의 경우 이미 이런 우점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겨울철 저수온으로 인해 개체수가 조절됐지만 이제는 연중 서식이 가능해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기존 토착 어종들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는 파랑돔의 대량 서식은 해양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색꽃게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갑각류로서 바닥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존 꽃게류와의 서식지 경쟁이나 먹이 경쟁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청색꽃게는 일반 꽃게보다 크기가 크고 공격성이 강해 생태계 내에서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온 상승의 여파로 생물종 전반이 급변하고 있지만, 아직 생태계 영향 등 기초 조사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어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는 제주 지역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존 어종의 감소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새로운 어종에 대한 시장 형성이나 어업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해양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해양 관광의 특성도 바꿀 수 있다. 제주 바다의 독특한 생태계가 열대화하면서 기존 제주만의 고유한 해양 환경이 사라질 위험도 있다. 이는 제주 해양 관광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새롭게 유입되는 아열대·열대 종들의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이 기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어업 정책과 생태계 보전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