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혼자 생활할 땐 먹지 말라'는 말까지 전해지는 한국 과일
2025-06-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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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강장 효과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과일

한의사들이 애용하는 열매 약재 중 구기자라는 게 있다. 붉고 작은 이 열매는 오랜 세월 한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약재와 식재료로 사랑받아왔다. 특히 남성들에게 좋은 열매로 알려진 구기자에 대해 알아봤다.
구기자나무는 가지과 식물이다. 한국에서는 구기자나무라고 부르지만, 순우리말로는 ‘괴O나무’나 ‘물고추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이름들의 어감 때문에 오늘날에는 열매 이름인 구기자를 따서 나무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높이 1~2m, 때로는 4m까지 자라는 이 나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널리 분포한다. 특히 충남 청양과 전남 진도에서 나는 구기자는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될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 야생에서도 간간이 발견되며, 시골 마당이나 아파트 단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농약 처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함부로 채취해 먹는 건 피해야 한다.
구기자는 7~8월에 보라색 꽃을 피우고, 8~9월부터 열매가 붉게 익기 시작한다.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열매는 길이 10mm, 지름 5mm 정도로 작다. 타원형이다. 건조하면 쭈글쭈글해진다. 속에 작은 씨가 여러 개 들어 있는데 제거하기는 어렵다. 오미자나 산수유와 비슷해 보이지만, 오미자는 동그랗고 맑은 붉은색을 띠며, 산수유는 큰 씨 하나가 특징이다.
구기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다. 열매는 8~9월에 붉게 익으며, 11월 말까지 수확할 수 있다. 잎은 봄과 여름, 뿌리껍질은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채취한다. 열매는 익은 대로 따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사용한다. 색깔이 선명한 열매를 고르는 게 좋으며, 꼭지를 떼고 청주나 막걸리에 하룻밤 담가두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으면 구기자 특유의 매운맛이 줄어들고 달콤한 풍미가 살아난다.
구기자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가장 흔한 방법은 구기자차다. 말린 열매 5~10g을 물 2L에 넣고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2시간 정도 달여 마신다. 단맛과 향을 더하려면 오미자, 국화, 당귀, 두충 등을 섞어도 좋다. 구기자 6g과 오미자 5g을 함께 달이면 다섯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며 풍미가 깊어진다. 또 다른 방법은 구기자와 용안육 5~6g씩을 믹서에 갈아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것이다. 꿀이나 설탕을 약간 넣으면 피부 건강에 좋지만, 당뇨병이 있다면 설탕은 피해야 한다.
구기자주는 강장 효과를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신선한 구기자 열매, 뿌리, 줄기를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생으로 사용할 경우 250~300g, 말린 경우 100~150g을 소주 3.8~4L에 넣고 밀봉해 서늘한 곳에서 3~6개월 숙성시킨다. 건더기를 걸러낸 뒤 바로 마셔도 되고, 2~3개월 더 숙성시키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하루 30ml를 1~2회, 30~40일간 마시면 당뇨, 빈혈,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잎은 나물로 데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는다. 구기자 잎을 끓는 물에 1~2분 데친 뒤 찬물에 헹구고, 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 마늘 반 큰술로 무쳐 나물로 즐긴다. 삼계탕에 말린 구기자 5~10g을 넣으면 깊은 맛과 영양을 더한다.
맛은 달고 구수하다. 약간의 싱거움도 느껴진다. 열매와 뿌리의 성질은 달콤하면서도 차다. 잎은 시원하고 약간 쓰다. 이 조화로운 맛 덕분에 구기자는 차, 술, 나물 등 다양한 요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구기자는 열매(구기자), 뿌리껍질(지골피), 잎(구기엽) 모두 약재로 사용된다. 열매는 간과 신장을 보하며, 허약함, 어지럼증, 시력 저하, 관절통, 신경쇠약, 당뇨병, 기침,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을 개선한다. 베타인, 카로틴, 비타민 B1, B2, C, 리놀레산, 지아잔틴 등이 함유돼 항산화, 항균, 항암, 면역 증진, 간 기능 개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낸다. 특히 베타인은 지방간 치료에 도움을 주며, 열매뿐 아니라 잎과 뿌리에도 풍부하다. 워낙 약성이 좋아 현대에는 피로회복제로 여겨진다. 또한 서양에선 감기약 대용으로 주목받는다.
남성 정력에 좋다는 속설이 널리 퍼진 약재이기도 하다. 객지에서 혼자 생활할 때는 구기자를 먹지 말라는 옛말이 전해질 정도다. 구기자의 강장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뿌리껍질은 식은땀, 골증조열, 신경통, 타박상, 고혈압, 폐결핵, 염증, 발열을 다스린다. 계피산, 페놀류, 베타-시토스테롤, 메리신산, 리놀레산 등이 들어 있어 염증 억제와 해열 효과가 뛰어나다. 말린 뿌리껍질 20~30g을 물 900ml에 넣고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 하루 2~3회 마신다. 외용으로는 가루로 만들어 참기름에 섞어 환부에 바른다.
잎은 보허, 익정, 열내림, 소갈, 충혈, 열독창종 치료에 효과적이다. 베타인, 루틴, 비타민 E, 글루타민산, 아스파르트산, 프롤린 등이 포함돼 피로 회복과 노화 방지에 좋다. 말린 잎 20~30g을 같은 방식으로 달여 마신다. 구기자는 독성이 없어 약방의 감초처럼 다양한 처방에 활용된다. 다만, 찬 성질 때문에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적정량을 지키고, 보완 약재와 함께 먹는 게 좋다. 우유 제품과는 배합 금기이므로 함께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구기자는 예로부터 장수 식품으로 여겨졌다. 중국 닝샤 지역에서는 구기자를 꾸준히 먹은 이들의 피부가 윤택하고 건강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시황이 불로초로 찾았다는 설, 우물물에 뿌리가 닿아 장수했다는 전설도 구기자의 존재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