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 150여명 한밤중 피신... 용인에서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2025-06-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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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덮친 80t 초대형 천공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건설 중장비가 건물을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5일 오후 10시 13분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0공구 노반신설 기타공사 현장에서 쓰러진 천공기(항타기)가 인근 아파트 A동 건물 외벽에 기댄 채 전도되면서 벌어졌다.
문제의 장비는 무게 70.8t, 길이 44m에 달하는 대형 천공기다. 시공사인 DL건설이 국가철도공단 발주 공사 현장에 설치한 장비다. 이 천공기는 공사 현장에서 인근 아파트 쪽으로 천천히 기울며 15층짜리 A동 건물의 외벽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최상층 베란다 창문이 깨지고 창틀이 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천공기는 아파트 8층부터 15층까지의 벽면에 기댄 형태로 아직 현장에 쓰러져 있는 상태다. 아파트 입주민 중 일부는 큰 충격음을 들은 뒤 외부로 대피했으며, 단지 내 150여 명이 인근 호텔로 피신해 불안한 밤을 보냈다. 아파트 주민 2명은 사고 당시 발생한 충격음에 놀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총 14개 동, 826세대로 구성돼 있다. 피해를 입은 A동은 지하 1층에서 지상 15층까지 60세대로 구성돼 있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사고 직후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장비 15대, 인력 38명을 현장에 투입해 긴급 안전 조치에 나섰다. 사고 발생 지역 인근 도로 약 300미터도 통제된 상태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현장은 2023년 12월에 착공해 2028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0공구 노반신설 기타공사 구간이다. 사고 당시 해당 구간은 지난달 31일 이후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에 따르면 ‘쾅’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 주민은 지진이 일어난 줄 알고 크게 놀랐다. 주민은 현장을 ‘아수라장’에 비유하며 당시의 공포를 전했다.
관계 당국은 사고 수습 및 원인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 경기도, 용인시는 현장 점검을 마친 후 천공기 해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수습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박 장관은 사고 지점 인근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통해 지반 안전성을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주민들이 아파트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항타기, 크레인, 지게차, 펌프카 등 유사한 전도사고가 우려되는 전국 철도 건설 현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윤호 DL건설 대표는 피해 입주민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서천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대피소로 개방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지원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장비 고정 상태, 지반 상태, 설치 당시 작업 절차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