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도둑 매실 장아찌, 아삭아삭하게 만들려면 '이쑤시개' 꺼내세요
2025-06-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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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맛, 매실 장아찌의 비밀
6월은 매실이 가장 빛나는 계절이다. 햇살을 머금고 알알이 영글어가는 푸른 매실은 초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자연의 신호다.
이맘때쯤 마트나 재래시장에 가보면, 고운 초록빛 매실이 상자 가득 쌓여 있고, 그 앞에는 장아찌를 담그기 위해 분주하게 매실을 고르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 중에서도 매실 장아찌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짭조름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는 풍미는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더운 날 입맛이 떨어질 때, 밥 한 숟갈에 매실 장아찌 한 점 올려 먹으면 저절로 식욕이 살아난다. 기름진 음식 옆에 올려두면 입안을 산뜻하게 씻어주고, 찬밥에도 비벼 먹을 수 있어 반찬 걱정을 덜어준다.

매실 장아찌를 담그는 일은 어렵지 않다. 조금의 정성과 기다림만 있으면 누구나 제 손으로 건강한 발효 반찬을 만들 수 있다.
먼저 재료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매실은 너무 덜 익은 것보다는 약간 노르스름하게 익기 시작한 청매실이 좋다. 푸른 기운이 살아 있으면서도 단단하고,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알맞다. 매실을 고른 후에는 물에 2~3시간 담가두어 표면의 먼지와 떫은 맛 성분을 빼주고,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말린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발효 중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바싹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설탕에 재우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매실과 설탕을 1대 1 비율로 섞어 밀봉하는데, 이때 유리병이나 도자기 용기를 사용하면 좋다. 위생적으로 깨끗한 용기에 매실과 설탕을 켜켜이 넣고, 마지막에는 설탕을 듬뿍 덮어 공기가 닿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만든 매실청은 실온에서 약 한 달간 숙성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매실 속 수분이 빠져나오고, 설탕과 어우러져 진한 매실청이 된다.
장아찌는 이 다음 과정에서 완성된다. 한 달쯤 지나 매실을 건져내어 간장물에 절이는데, 이때 사용하는 간장은 기호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일반 간장과 물을 1대 1 비율로 섞고, 여기에 식초나 소주, 설탕을 조금 더하면 장아찌 맛이 훨씬 부드럽고 오래간다. 간장물은 한 번 끓여 식힌 뒤 건져낸 매실에 부어 다시 숙성시키는데,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절인 뒤 간장물을 따라내어 다시 끓이고 식혀 붓는 과정을 2~3회 반복하면 맛이 훨씬 깊어진다.

완성된 매실 장아찌는 냉장 보관하면 1년 이상 두고 먹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쫀득한 식감이 살아나고, 초록빛은 갈색으로 변하며 맛이 한층 숙성된다. 밥상 위에 작은 그릇에 담아 내면, 단정하고 아담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 점 입에 넣으면 짭짤함 속에 배어든 은은한 산미가 퍼지면서, 아삭한 식감이 입안을 깨운다. 여기에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깨소금 약간을 뿌려 무쳐내면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한 매실 장아찌를 만들려면 초기 단계부터 다르게 조리해야 한다. 반드시 단단한 청매실을 사용해야 하며 매실 꼭지를 이쑤시개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매실을 바싹 말리는 것도 중요하며 간장에 바로 절이지 말고 설탕에 1:1로 재워 매실청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 매실 장아찌가 단지 입맛을 살리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매실은 본래 예로부터 몸을 맑게 하고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로 널리 쓰였다. 특히 매실 속에 풍부한 유기산은 피로 회복과 소화 촉진에 효과적이다. 과식을 했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매실 장아찌 한두 점을 곁들이면 속이 한결 편해진다. 또 매실에는 해독 작용이 있어 식중독이나 배탈이 잦은 여름철에 먹으면 좋다.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돕는 데도 도움을 주어 장 건강에도 이롭다.

무엇보다 매실 장아찌는 정성스러운 손맛이 담긴 음식이다. 초여름 햇살 아래, 싱그러운 매실을 씻고 손질하는 시간, 설탕에 재워 익어가는 향을 기다리는 인내, 한 알 한 알 병에 담아 간장물을 부어주는 마음은 모두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발효의 예술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매실 장아찌. 이 계절이 지나기 전에 몇 상자 매실을 장만해보는 건 어떨까. 몇 달 뒤 깊어진 맛으로 다시 만날 그 반가운 한 점이, 바쁜 일상 속에서 계절의 맛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