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가 짝퉁이라니 충격"…아는 사람만 안 속고 먹는 상위 1% '생선'
2025-06-0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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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판매 95%가 짝뚱”…진짜를 사는 방법은?
생선 이름 하나를 두고 이렇게 많은 오해가 쌓여 있는 경우도 드물다. 남도에서 귀한 손님에게 내놓는 별미로 알려진 생선 '볼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시중에 '볼락'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생선 대부분은 실제로는 다른 어종이거나 수입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유명 유튜버 입질의 추억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제품 중 95% 이상이 표준명 '볼락'이 아니라, 열기(불볼락)나 장문볼락, 심지어는 조피볼락(우럭) 같은 다른 종들이다.
진짜 볼락은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는 어류로, 감성돔 못지않은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특히 경남 통영, 거제, 여수, 완도, 삼천포 등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만 어획되는 자연산 볼락은 대도시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다. 노량진 수산시장 등 일부 도매시장에 극소량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유통되지 않는다.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다. 산란기인 12~1월을 지나, 3~5월 사이에 잡힌 볼락은 살이 오르고 감칠맛이 깊어져 가장 맛이 좋다. 생선 자체의 맛이 깔끔하고 고소한 데다, 기름기가 과하지 않아 회, 구이, 탕 모두에 적합하다. 특히 구이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굽는 방식이 인기인데, 이 경우 내장 속 기름이 살에 스며들며 특유의 풍미를 낸다. 탕으로 조리하면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한데, 기름이 거의 뜨지 않아 아침 해장용으로도 제격이다.

남도 지역에서는 볼락을 김장철에 통째로 넣어 숙성시킨 '볼락 김치'나, 잘게 썰어 담근 '볼락 깍두기'로도 즐긴다. 이렇듯 지역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볼락은 단순한 생선을 넘어선 존재다. 그만큼 현지인들의 자부심도 크고, 감성돔이나 참돔에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다. 크기가 30cm 이상 되는 대물 개체는 '왕삼' 또는 '먹볼락'으로 불리며, 낚시꾼 사이에서는 감성돔과도 바꾸지 않는 귀한 어종으로 취급된다.
문제는 이런 고급 생선이 아닌, 다른 유사종이 '볼락'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볼락, 열기, 장문볼락, 심지어 수입산 대서양볼락까지 '볼락류' '반건조 볼락' '자연산 볼락' 등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맛과 식감은 전혀 다르며, 가격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일부 상품은 '국산' 또는 '볼락'이라 표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수입산이며, 상세설명에만 원산지를 작게 표시해 소비자들이 착각하게 만든다.
입질의 추억에 따르면 이러한 혼용 현상은 주로 다음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진짜 볼락은 양식이 거의 불가능하고, 자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자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공급량이 극히 적다. 둘째, 불볼락(열기), 조피볼락(우럭), 황점볼락 등 외형이 유사한 다양한 어종이 존재하며, 이름만 바꿔 판매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 셋째, 수입산 반건조 생선이 시장에 대량 유입되며,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채 구매하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진짜 볼락을 찾기 위해선 몇 가지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우선 '통영 자연산' 경상남도 어획' '생물'이라는 표현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하며, 상품의 색상, 체형, 비늘 상태 등도 참고해야 한다. 특히 반건조, 해동, 손질, 수입 등 키워드가 붙어 있으면 진짜 볼락이 아닐 확률이 높다. 인터넷에서 ‘볼락’을 검색하면 수많은 상품이 나오지만, 그중 표준명 볼락은 소수에 불과하다.
진짜 볼락은 맛과 희소성, 지역성과 전통이 모두 어우러진 국내 톱클라스급 생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볼락'이라는 이름만 믿고 전혀 다른 생선을 접하고 있을 뿐이다. 이 생선의 진가를 아는 이들만이, 제철에 맞춰 손에 넣어 제대로 된 맛을 즐긴다.
입질의 추억(본명 김지민)은 대한민국의 국내 1호 어류 칼럼니스트다. 그는 낚시블로거나 유튜버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 중인 인물이다. 수산물 관련 책도 여러 권 낸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