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랑에 깔렸다…100마리 넘게 출몰한 거대 '생태계 교란 동물' 정체
2025-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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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랑의 생태계 방어전
토종 생명체를 위협하는 거대 포식자의 습격
한밤중 국내 도랑에서 생태계 교란종 퇴치 작전이 펼쳐졌다. 지난 8일 유튜버 '생물도감'이 공개한 영상에는 거대한 크기의 외래 동물이 도랑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그 정체는 바로 북아메리카 원산의 황소개구리였다. 황소개구리 야간 채집에 나선 생물도감과 먹방 유튜버 충근은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성체 12마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장 곳곳에서는 100마리 이상이 관찰됐다.
채집 과정에서 발견된 대형 황소개구리 수컷은 특히 인상적인 크기와 울음소리를 자랑했다.

황소개구리는 1958년 진해양어장에 처음 소수가 들어온 이후 1970년대 식용 목적으로 본격 도입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는 호수, 연못, 늪지 등 유속이 느린 습지 전역에 서식하며 생태계 최대의 골칫거리로 자리잡았다. 4월 하순부터 10월까지 활동하며 수명은 5~7년이다.
이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개구리의 10배가 넘는 대형 체구를 바탕으로 곤충류부터 어류, 뱀, 조류, 심지어 포유류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황소개구리 위 속에서 61종 이상의 다양한 생물 흔적이 발견됐으며, 이 중 곤충류가 65%로 가장 많았다.
특히 번식력이 무서울 정도로 뛰어나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최대 4만 개의 알을 낳을 수 있으며, 올챙이 시기만 2~3년에 달해 장기간 서식지를 점령한다. 올챙이 상태에서도 12~15cm까지 성장하고, 성체가 되면 최대 20cm(다리 길이 포함 40cm)에 이른다.

황소개구리의 식성은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물자라, 땅강아지, 소금쟁이 같은 곤충류는 물론 공벌레, 달팽이, 토종 개구리 올챙이, 거미, 지렁이까지 가리지 않고 포식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뱀, 박새 등 조류, 등줄쥐와 땃쥐 같은 포유류까지 사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무차별 포식으로 인해 토종 양서류와 곤충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토종 개구리들과의 서식지 경쟁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고유종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먹이사슬 상위 포식자까지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균형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황소개구리를 생태계교란생물 18종 중 하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독성은 없어 사람에게 직접적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번식과 성장 속도가 빨라 지속적인 퇴치가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된다.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너구리, 백로, 해오라기, 붉은귀거북, 큰입배스, 파랑볼우럭 등 다양한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를 사냥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개체수 감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지역에서는 높은 밀도를 유지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요구된다.

환경부는 1990년대부터 황소개구리 퇴치를 위해 전국적으로 포스터 배포, 지자체 협력, 학생 동원, 민관 합동 퇴치작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왔다. 경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퇴치 예산이 연 2억 원에 달하는 등 전국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황소개구리의 강력한 번식력과 적응력 앞에서 완전 박멸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최대 2만 개 이상의 알을 한 번에 낳을 수 있고, 긴 올챙이 시기와 뛰어난 환경 적응력으로 서식지 내에서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와 지자체가 대규모 퇴치작전과 모니터링, 알 제거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체 포획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최근에도 경기, 충남, 전북, 제주 등지에서 대규모 서식지가 새롭게 확인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