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12년 만에 처음…도심 건물과 충돌 피 흘리며 발견된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6-14 08:00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서 번식하고 중국,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야생동물

파손된 유리창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해당 일과는 관련이 없음. 최근 한 건물 유리창에 부딪힌 멸종위기종 붉은배새매가 구조돼 전문가의 치료를 받은 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 뉴스1
파손된 유리창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해당 일과는 관련이 없음. 최근 한 건물 유리창에 부딪힌 멸종위기종 붉은배새매가 구조돼 전문가의 치료를 받은 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 뉴스1

제주에서 건물 유리창에 충돌한 소형 맹금류 붉은배새매가 전문가의 치료를 받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붉은배새매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 323-2호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지난달 말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주변 건물 유리창에 부딪힌 붉은배새매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길가에서 추락한 상태로 발견된 붉은배새매는 당시 두부 손상에 의한 구강 내 출혈로 눈을 뜨지 못하고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약물 처치와 영양공급, 비행훈련 등을 통해 붉은배새매 기력 회복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가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를 치료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1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가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를 치료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1

이와 관련해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붉은배새매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중국,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여름 철새인데 최근 번식 집단이 크게 감소했다"라며 "이 새가 구조가 필요한 상태로 발견된 건 12년 만에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매년 수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 충돌로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라며 "유리창에 점무늬 스티커, 조류 충돌 방지 필름 등을 부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붉은배새매 모습을 AI를 활용해 그린 사진.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붉은배새매 모습을 AI를 활용해 그린 사진.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붉은배새매는 한국에서 발견되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수리과에 속하는 소형 맹금류이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3-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붉은배새매는 몸 길이 약 25~30cm, 날개 길이 52~62cm로 비교적 작고 날렵한 체형을 지녔다. 성체의 외형은 독특하다. 몸 윗면은 푸른빛을 띠는 어두운 회색이고 가슴은 흐린 주황색 또는 붉은빛을 띠는 황갈색이며 아랫배는 흰색이다. 날개 밑부분은 옅은 색으로 무늬가 없고 끝은 검은색이며 납막은 주황색을 띤다. 암컷에 비해 수컷의 가슴과 배 무늬는 더 밝고 선명하다. 어린 개체는 등이 어두운 갈색이고 가슴에 반점이 있어 성체와 구분된다.

붉은배새매는 주로 야산 주변의 개활지, 농경지, 평지, 구릉지,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산림 지역에서 서식한다. 한국에서는 5월 초에 도래해 번식하고 9월경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여름철새다. 이들은 침엽수나 활엽수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며 한 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암수 모두 약 20일간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는 주로 올챙이와 개구리를 먹으며 자란다. 성체의 주요 먹이는 개구리, 소형 조류, 곤충류로, 민첩한 비행과 사냥 기술로 먹이를 포획한다.

한국에서는 한강 및 낙동강 수계의 습지와 같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서 관찰되지만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과거에는 산록과 평지의 소림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1960년대 이후 농약 사용 증가와 중금속, 유기염소화합물로 인한 먹이 오염,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특히 광릉과 같은 중부 지역에서도 현재는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이런 이유로 붉은배새매는 한국 적색목록에서 멸종 위기 범주로 평가된다. 국제적으로도 희귀종으로 인정받아 보호 협약의 대상이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