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모습인데 한 숟갈에 중독…경상도 상차림에 필수라는 한국 음식

2025-06-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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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모습이지만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

낯선 이에게는 생소하고, 비주얼만 보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가자미 식해 / 유튜브, 집밥 종갓집 며느리
가자미 식해 / 유튜브, 집밥 종갓집 며느리

날생선에 밥을 넣고 발효시킨다는 설명만으로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음식, 바로 ‘가자미식해’다. 하지만 경북 동해안 일대에서는 명절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유의 감칠맛과 톡 쏘는 새콤함은 익숙해지면 중독된다는 평가도 많다.

◈ 밥 넣고 숙성? 생선과 발효의 뜻밖의 조합

가자미식해는 경상북도 영덕, 울진, 포항 등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발효식품이다. 갓 잡은 가자미 생선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양념을 넣고 찹쌀밥 또는 멥쌀밥과 섞어 일정 기간 발효시켜 만든다. '식해'라는 이름처럼 식초 없이도 자연 발효 과정에서 새콤한 맛이 살아난다. 이 지역의 해풍과 겨울철 저온 환경도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식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숙성 기간은 7일에서 10일 이상이며 길게는 몇 주까지 두기도 한다. 실온이 아닌 저온에서 서서히 숙성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생선살은 부드럽고 밥알은 젤리처럼 쫀득한 질감으로 변한다. 잘 숙성된 식해는 생선보다 밥의 맛이 더 인상적이라는 말도 있다.

◈ 명절이면 식탁에 오르는 지역 대표 음식

가자미 식해 / 유튜브, 집밥 종갓집 며느리
가자미 식해 / 유튜브, 집밥 종갓집 며느리

가자미식해는 원래 겨울철 저장식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명절 음식, 손님상, 제사상에 오를 만큼 지역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상온 발효 특성상 냉장 보관이 필수이며 유통 기한은 비교적 짧다. 대량으로 담가 가족과 나누는 문화가 남아 있고, 요즘은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드는 소규모 가공업체도 늘고 있다.

겉보기에 생선과 밥이 함께 뒤섞인 모습은 외지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다. 일부는 "밥을 왜 생선에 넣어 삭히냐", "비린내가 날 것 같다"며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 덕분에 비린내는 거의 없고, 숙성된 특유의 산미가 오히려 밥반찬으로 어울린다는 평도 많다.

◈ 식해에 담긴 시간과 기억

현지에서는 가자미가 잡히는 겨울철에 맞춰 식해를 담그는 풍습이 이어진다. 이웃과 친척에게 나눠주는 문화도 여전하고, “제사에 식해 빠지면 서운하다”는 말도 나온다. 백화점과 특산물 직거래 장터에선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되며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ike Bor-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ike Bor-shutterstock.com

가자미식해는 경북을 대표하는 슬로푸드이자 지역 발효문화의 일부다. 이제는 전통을 넘어선 지역 정체성과 연결된 중요한 음식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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