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지 '9년' 만에 이런 기적이…최근 미국 시상식을 휩쓴 '대반전' 한국 작품
2025-06-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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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상 석권한 작품
세상에 처음 공개된 지 9년 만에 미국을 휩쓸었다는 한국 뮤지컬 작품이 있다.

바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기적 같은 반전을 써냈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이 작품은 지난해 브로드웨이 정식 진출 이후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호평을 얻으며 마침내 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총 6관왕.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첫 토니상 작품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토니상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하며 후보 자격을 얻었다. 최근 개최된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총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죽어야 사는 여자'와 함께 최다 후보작 반열에 올랐다. 최종적으로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최다 수상작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구형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을 경험하고, 결국 이별을 겪는 이야기다. 비인간적 존재인 로봇의 시선을 통해 오히려 더 순수한 감정과 인간성의 본질을 되묻는다. 낡고 고장난 기계가 기억과 감정,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박천휴 작가(극본·작사)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함께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초연은 서울 대학로에서 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시작됐지만, 초연 당시부터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고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을 차지하며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후 영어 버전 개발 과정을 거쳐 미국 현지화 작업을 마쳤고, 마침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글리'와 '지아니 베르사체 암살'로 유명한 대런 크리스가 올리버 역을 맡았고, 헬렌 J. 셴이 클레어를 연기했다. 공연은 2주 연속 티켓 매출 100만 달러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고, 미국 주요 언론으로부터 "작은 기적 같은 작품" 감정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따뜻한 드라마" 등의 찬사를 받았다.
주요 넘버로는 '사랑이란, 어쩌면' 'Goodbye My Room'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 '기억을 지워도' 등이 있으며, 감성적이면서도 구조가 짜임새 있는 작곡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 수상 소감에서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 브로드웨이 양식을 융합해 모든 감성이 어우러지는 멜팅팟 같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성공은 단지 한 편의 흥행을 넘어, 그동안 한국 창작 뮤지컬이 쌓아온 도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에는 신춘수 프로듀서가 참여한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흥행했고, 지난해 토니상에선 린다 조(의상디자인상), 김하나(조명디자인상) 등 한인 창작자들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번 6관왕은 이러한 흐름에 결정적 분기점이자, 세계 무대에서 K-뮤지컬이 경쟁력을 가진 독자적 장르로 인식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성과다.